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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 아이돌님은 옆집에 살고 계셔 / 1권 / Chapter 13

CHAPTER 13: 옆집 여자는 바다를 보고 사라진다

바다에서 돌아온 신휘는 안전가옥 이동을 준비하지만, 도윤이 회사에서 연락을 기다리는 사이 휴대폰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옆집 여자는 바다를 보고 사라진다

바다는 생각보다 가까웠고, 생각보다 멀었다.

차로 달리면 닿을 수 있는 거리.

하지만 마음으로는 쉽게 갈 수 없는 거리.

도시의 건물들이 뒤로 밀려나고, 도로의 색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그리고 표지판에 낯선 지명이 섞이기 시작했을 때쯤 신 씨는 말이 없어졌다.

원래도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침묵은 조금 달랐다.

라면을 기다릴 때의 침묵도 아니고, 졸려서 입을 다문 침묵도 아니고, 설명하기 귀찮아서 대답을 생략하는 침묵도 아니었다.

운전대 위의 손은 안정적이었다.

차선 변경은 부드러웠고, 속도는 과하지 않았다. 방향지시등은 꼬박꼬박 켰다. 신호도 잘 지켰다.

나는 조수석에서 그 모습을 보며 아직도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사람은 참 일관성이 없다.

아니, 신 씨는 특히 없다.

“신 씨.”

“응.”

“운전은 누가 가르쳐줬습니까?”

“그냥 많이.”

“그냥 많이요?”

“도망칠 때 좋아.”

나는 잠깐 그녀를 보았다.

신 씨는 앞만 보고 있었다.

그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 신 씨의 말은 대체로 농담처럼 들리는 진심이었다.

그래서 더 곤란했다.

“도망이라는 단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쓰십니다.”

“도윤이 도망이라고 했잖아.”

“한유경 씨가 도주라고 했습니다.”

“비슷한 거.”

“비슷하지 않습니다. 외출, 일탈, 도주, 탈출은 각각 법적·정서적 무게가 다릅니다.”

“단어 많네.”

“상황이 많게 만듭니다.”

신 씨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창밖으로 흘러나가듯 금방 사라졌다.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휴대폰에는 위치 공유 표시가 켜져 있었다.

한유경에게 실시간 위치가 전송되고 있었다.

정오까지 돌아오라는 조건.

정오.

그 숫자가 이상하게 선명했다.

우리는 바다를 향해 가고 있지만, 바다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애초에 이건 여행이 아니었다.

도망.

외출.

탈출.

혹은 신 씨식으로 말하면 그 비슷한 것.

“신 씨.”

“응.”

“정오까지 돌아가야 합니다.”

“알아.”

“정말 아시는 거죠?”

“응.”

“도망가는 도중에도 약속은 지키셔야 합니다.”

“도윤.”

“네.”

“도망이랑 약속은 같이 있어도 돼?”

나는 잠깐 멈췄다.

“보통은 아닙니다.”

“그럼?”

“오늘은 예외로 하죠.”

“왜.”

“제가 공범이 되는 대신 조건을 붙였으니까요.”

신 씨는 그 말을 잠깐 생각했다.

“공범.”

“좋은 단어는 아닙니다.”

“나쁘지도 않아.”

“아니요. 나쁩니다.”

“도윤이랑이면?”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식으로 단어를 위험하게 만들지 마세요.”

“위험해?”

“네.”

“감정 보류?”

“그건 신 씨 전용 도피처입니다.”

“도윤도 써.”

“저는 이미 반차를 썼습니다. 더 도피하면 직장인으로서 끝입니다.”

신 씨는 또 아주 작게 웃었다.

차는 마지막 터널을 지나 바닷가 도로로 들어섰다.

공기가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차 안이라 냄새가 직접 들어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야가 열렸다. 건물의 높이가 낮아지고, 하늘이 넓어졌다. 멀리 물빛이 보였다.

신 씨의 손이 운전대를 아주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

“바다.”

그녀가 말했다.

짧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은 대답이 필요 없어 보였다.


평일 오전의 바다는 한산했다.

관광객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었다. 카페 앞에는 몇 명이 있었고, 주차장에는 차도 몇 대 있었다. 하지만 주말의 소란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각자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고, 파도 소리는 생각보다 잘 들렸다.

신 씨는 주차를 능숙하게 했다.

후진 주차였다.

나는 또 놀랐다.

“후진 주차도 하시는군요.”

“응.”

“정말 이상합니다.”

“왜.”

“계란은 타는데 후진 주차는 됩니다.”

“계란은 움직여.”

“차도 움직입니다.”

“차는 말 들어.”

“계란도 물리 법칙을 따릅니다.”

“계란 싫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국가 라이선스 시스템은 괜찮다.

문제는 계란이다.

아마도.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신 씨는 모자와 마스크를 더 깊게 눌렀다. 바다 앞에서도 얼굴은 가렸다. 하지만 어제처럼, 오늘처럼, 누군가에게 쫓기듯 숨는 느낌은 조금 덜했다.

그녀는 그냥 바다 쪽으로 걸었다.

나는 옆에서 따라갔다.

“너무 멀리 가시면 안 됩니다.”

“응.”

“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요.”

“응.”

“정오까지 돌아가야 합니다.”

“응.”

“듣고 계십니까?”

“응.”

전부 같은 대답이라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신 씨는 멈췄다.

난간 앞.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

그녀는 난간에 손을 올렸다.

파도가 낮게 밀려왔다가 밀려나갔다.

하얀 거품이 부서지고, 다시 물빛 속으로 섞였다.

신 씨는 한참 말이 없었다.

나는 옆에서 그녀를 봤다.

무대 위의 SHINHWI라면 바다 앞에서도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검은 레이스, 붉은 조명, 젖은 머리카락, 카메라를 정면으로 먹어치우는 눈빛.

하지만 지금 신 씨는 회색 후드티와 볼캡, 마스크, 운동화 차림이었다. 주머니에는 아마 초코우유 빨대 껍질이 들어 있을 것이다. 머리카락은 모자 아래로 조금 삐져나와 있었고, 손끝은 난간에 가만히 걸려 있었다.

무대는 없었다.

관객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래서 더 선명했다.

“여긴.”

신 씨가 말했다.

“문 없네.”

나는 그녀를 보았다.

“바다니까요.”

“응.”

“그게 좋으십니까?”

“좋아.”

그녀는 바다를 봤다.

“어디까지가 안이고, 어디부터가 밖인지 애매해서.”

그 말은 이상했다.

그런데 신 씨에게는 정확한 말 같았다.

문이 많은 사람.

열어도 되는 문, 열면 안 되는 문, 누가 지키는 문, 누가 열어주는 문.

그런 사람에게 바다는 문이 없어서 좋다.

나는 난간에 기대지 않고 옆에 섰다.

“늘 도망치고 싶으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신 씨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파도 소리가 먼저 왔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도망은 많이 했어.”

나는 숨을 멈췄다.

그 말을 지나칠 수 없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언제요? 어디서요? 누구에게서요?

그 질문들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나오지 않았다.

신 씨는 말을 이어갔다.

“근데 오늘은.”

“네.”

“내가 가는 방향을 내가 정하고 싶었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바다를 보며 말했다.

“오후에 가면, 다 정해져 있잖아.”

“안전가옥이요.”

“응.”

“그건 보호입니다.”

“알아.”

“아시는데도 싫으십니까?”

“응.”

“왜요?”

“보호받는 건.”

신 씨는 잠깐 말을 멈췄다.

“내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못 하는 사람이요?”

“내가 정할 수 있는 거 없어.”

그 말은 작았다.

바람이 조금만 더 세게 불었어도 놓쳤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봤다.

신 씨는 여전히 바다를 보고 있었다.

“못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어젯밤 같은 일이 있었으니까 당연한 겁니다.”

“당연한 거 싫어.”

“왜요?”

“그 안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보호는 필요하다.

안전은 중요하다.

어젯밤 문 앞의 남자는 실제로 위험했고, 신 씨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고, 집 앞까지 찾아왔다. 안전가옥 이동은 과한 조치가 아니다.

그런데 신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자기 선택은 뒤로 밀린다.

어디로 갈지. 언제 나갈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문을 열지.

전부 누군가가 정해준다.

그게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바다입니까?”

내가 물었다.

신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다 보고 나면 괜찮아집니까?”

“아마.”

“그 아마는 믿기 어렵습니다.”

“나도.”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보고 싶었어.”

그 말이면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지 않다.

상식적으로는 전혀 충분하지 않다.

보안 인력을 피해서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반차를 내게 만들고, 위치 공유를 켠 채 정오까지 돌아오기로 하고, 한유경의 혈압을 올린 이유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사람은 가끔 턱없이 부족한 이유로도 움직인다.

숨을 쉬기 위해서.

나는 시계를 봤다.

9시 52분.

“20분만 있다가 갑시다.”

신 씨가 바로 말했다.

“30분.”

“정오까지 돌아가야 합니다.”

“30분.”

“25분.”

“30분.”

“15분.”

“줄었잖아.”

“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시면 손해를 봅니다.”

“치사해. 배신.”

“안전입니다.”

신 씨는 나를 봤다.

“배신이 안전의 옷을 입었네.”

“오늘 오전 내내 입고 있습니다.”

“벗어.”

“안 됩니다.”

“조금만.”

“안 됩니다.”

신 씨는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아까보다 조금 가벼웠다.

나는 그 웃음을 보고서야, 우리가 정말 바다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


우리는 17분을 있었다.

내가 15분을 주장했고, 신 씨가 다시 20분을 주장했으며, 중간에서 17분이라는 이상한 숫자가 나왔다.

협상은 인간 문명의 핵심이다.

비록 그 결과가 바닷가 난간 앞 17분이라도.

신 씨는 그 시간 동안 거의 말하지 않았다.

가끔 파도를 보고, 가끔 먼 수평선을 보고, 가끔 모자챙을 눌렀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는지, 우리를 오래 보는 사람이 없는지, 한유경에게서 연락이 오지는 않는지.

나는 완전히 놀러 온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신 씨도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신 씨가 말했다.

“도윤.”

“네.”

“바다 봤어.”

“네.”

“기특해?”

나는 잠깐 그녀를 보았다.

칭찬을 요구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아마도 확인이었다.

내가 오늘 일을 완전히 잘못이라고 생각하는지.

혹은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결국 말했다.

“기특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상처네.”

“하지만.”

신 씨가 나를 봤다.

“몰래 혼자 안 간 건 기특합니다.”

그녀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도윤 불렀잖아.”

“네.”

“기특하지?”

“네. 그건 기특합니다.”

신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

“오늘도 세십니까?”

“응.”

“칭찬 쿠폰 만료는요?”

“없어.”

“큰일이군요.”

우리는 차로 돌아왔다.

신 씨가 운전석에 앉고, 나는 조수석에 탔다.

출발하기 전, 그녀는 바다 쪽을 한 번 더 봤다.

아주 짧게.

그리고 전진 기어로 바꾸었다.

돌아가는 길도 운전은 안정적이었다.

나는 한유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돌아가는 중입니다. 정오 전 도착 예정입니다.

답장은 바로 왔다.

한유경: 확인했습니다. 도착 즉시 연락하십시오.

문장만 봐도 화가 느껴졌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한유경 씨, 화 많이 나셨습니다.”

“응.”

“무섭지 않습니까?”

“무서워.”

“그런데 저질렀습니까?”

“바다.”

“그 단어 하나로 많은 걸 해결하지 마세요.”

신 씨는 운전대를 잡고 앞을 보았다.

“봤잖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

봤다.

바다를.

그리고 그걸로 오늘 오전이 끝났다면 좋았을 것이다.

정말 그랬다면.


우리는 11시 48분에 아파트에 도착했다.

정오 전.

약속은 지켰다.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안 인력이 다가왔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당연하다.

자기가 지키던 사람이, 자기 눈을 피해 빠져나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나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

“죄송합니다.”

보안 인력은 나를 보더니, 곧바로 신 씨 쪽을 확인했다.

“신휘 씨, 바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신 씨는 대답 없이 차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

주차장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유경이 걸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차가웠다.

차가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기온이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조금 숙였다.

“죄송합니다.”

한유경은 나를 보았다.

“사과는 나중에 듣겠습니다.”

“네.”

“신휘 씨.”

신 씨는 시선을 피했다.

“응.”

“두 시 반입니다. 이제 도망가면 안 됩니다.”

“알아.”

“짐은 최소한만. 혼자 움직이지 마십시오.”

“응.”

“서도윤 씨.”

“네.”

“오후 출근하셔야 한다고 하셨죠.”

“네.”

“그럼 지금 바로 가십시오.”

나는 조금 놀랐다.

“지금요?”

“네. 더 같이 계시면 신휘 씨가 다시 변수를 만들 가능성이 커집니다.”

정확했다.

너무 정확해서 상처였다.

신 씨가 한유경을 봤다.

“도윤 변수 아니야.”

한유경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는 맞습니다.”

나는 조용히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무언가에 여러 번 맞는 기분이다.

“저도 오후에 회사 가야 합니다.”

나는 신 씨에게 말했다.

“신 씨도 이동 준비하세요.”

신 씨는 나를 보았다.

“도윤.”

“네.”

“바다 봤어.”

“네.”

“응.”

그 말은 이상한 작별 인사처럼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봤습니다.”

신 씨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한유경과 보안 인력이 그녀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데려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았다.

회색 후드티.

검은 볼캡.

마스크.

작은 어깨.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 순간, 조금 전 바다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가는 방향을 내가 정하고 싶었어.

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 넣고 회사로 향했다.

오전의 도망 사건은, 내가 공범이 되어 버린 도주극은 끝났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후 출근은 당연히 어색했다.

반차를 썼지만, 반차라고 해서 사람이 완전히 정상적으로 오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오전에 옆집 여자를 데리고 보안팀을 피해 바다에 다녀온 경우에는 더더욱.

회사에 도착하자 박 대리가 나를 보았다.

“오셨네요.”

“네.”

“바다는요?”

“봤습니다.”

“계란에서 스케일이 커졌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괜찮아요?”

나는 잠깐 멈췄다.

“잘 모르겠습니다.”

박 대리는 내 얼굴을 보더니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모니터 쪽을 가리켰다.

“팀장님께는 개인 사정으로 오전 반차라고 말해뒀습니다. 오후 보고는 4시로 밀렸어요. 자료는 제가 일부 정리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밥 사요.”

“네.”

“라면 말고.”

“알겠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업무를 해야 했다.

정오 전에 아파트로 돌아왔고, 신 씨는 한유경과 보안 인력에게 인계됐다.

오후 두 시 반에는 보안팀이 올라가고, 세 시 전에 차량이 출발한다고 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없다.

없어야 한다.

나는 보고서 파일을 열었다.

숫자를 봤다.

문장을 고쳤다.

메일을 썼다.

신 씨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중간중간 휴대폰을 확인했다.

1시 42분.

아무 메시지 없음.

2시 11분.

아무 메시지 없음.

2시 37분.

아무 메시지 없음.

아마 이동 준비 중일 것이다.

휴대폰을 회수했을 수도 있다.

어젯밤 스토커가 신 씨 휴대폰으로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다 알아 SHINHWI. 네 모습도 네가 거기 있는 것도.

그 번호는 이미 노출되었다.

그렇다면 안전가옥으로 이동하면서 휴대폰을 바꾸거나, 임시로 회수하거나, 보안 앱을 설치하거나, 그런 조치를 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2시 58분.

아무 메시지 없음.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채팅창을 열었다.

나: 안전가옥 이동 준비 중입니까? 문제 없으시죠?

보낸 시간은 3시 7분이었다.

메시지 옆에는 숫자가 사라지지 않았다.

읽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괜찮다.

아마 이동 중이다.

3시 18분.

안 읽음.

괜찮다.

휴대폰을 못 보는 상황일 수 있다.

3시 42분.

안 읽음.

조금 불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능한 설명은 많았다.

보안팀이 휴대폰을 보관하고 있을 수 있다.

번호를 바꿨을 수 있다.

이동 중이라 답장을 못 할 수 있다.

한유경이 일부러 외부 연락을 막았을 수도 있다.

그게 맞다.

그래야 한다.

4시 11분.

안 읽음.

나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나: 혹시 휴대폰 바뀌면 나중에 연락 주세요. 안전하게 이동하세요.

역시 읽지 않았다.

박 대리가 내 쪽을 봤다.

“또 휴대폰 봐요?”

“네.”

“그분?”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한다고 했는데 답장이 없어서요.”

“안전가옥이라면서요?”

“네.”

“그러면 일부러 연락 막았을 수도 있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있는데 얼굴은 아니네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박 대리는 조용히 말했다.

“필요하면 그 회사 쪽에 확인해봐요.”

“퇴근 전까지 답이 없으면요.”

“그래요.”

나는 다시 모니터를 봤다.

오후 보고는 진행됐다.

팀장님은 자료의 몇 가지 숫자를 지적했고, 박 대리가 도와 정리해둔 부분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나는 평소처럼 대답했고, 평소처럼 수정 사항을 메모했다.

겉으로는 업무를 했다.

속으로는 계속 3시 7분에 멈춰 있었다.

안전가옥 이동 준비 중입니까? 문제 없으시죠?

읽지 않음.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깜빡였다.


5시 56분.

퇴근 시간이 거의 다가왔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한유경이었다.

나는 바로 받았다.

“네, 한유경 씨.”

전화 너머의 숨이 아주 짧게 흔들렸다.

그것만으로도 알았다.

좋은 전화가 아니다.

“서도윤 씨.”

“네.”

“혹시 신휘 씨에게 연락 받으셨습니까?”

나는 의자에서 몸을 세웠다.

“아니요. 오후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안 읽으셔서…… 저는 안전가옥 이동 때문에 휴대폰을 바꾸셨거나, 잠시 회수된 줄 알았습니다.”

전화 너머가 조용했다.

그 침묵이 너무 길었다.

나는 손끝이 차가워졌다.

“무슨 일입니까?”

한유경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신휘 씨가 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말의 뜻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라졌습니다.

그 말은 너무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현실 같지 않았다.

“……네?”

“안전가옥으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챙기던 중이었습니다. 오전 일로 인해 출발이 지연돼서 신휘 씨가 졸리다고 차량에 먼저 들어가겠다고 했고, 보안 인력이 바로 주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확인했을 때 차문이 열려 있었고…… 휴대폰만 남아 있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박 대리가 바로 나를 봤다.

“서도윤 씨?”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전화기를 꽉 쥐었다.

“언제입니까?”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갔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간이 언제입니까?”

한유경은 잠깐 침묵했다.

“오후 4시 40분 전후입니다.”

“……한 시간 넘었잖아요.”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갔다.

“그동안 차 안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네?”

“신휘 씨가 졸리다고 먼저 차량에 들어갔고, 보안 인력이 직접 확인했습니다. 출발 준비가 예상보다 늦어졌고…… 주차장 출입구와 이동 동선에도 계속 인력이 있었습니다.”

한유경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럼 차 안에 있는 줄…….”

“네. 그래서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출발 준비가 끝나고 차량을 확인하기 전까지는요.”

“…….”

“휴대폰만 남아 있었습니다.”

4시 40분.

나는 휴대폰 화면을 봤다.

내 마지막 메시지.

4시 11분.

혹시 휴대폰 바뀌면 나중에 연락 주세요. 안전하게 이동하세요.

그때까지는 괜찮았을 수 있다.

그때까지는.

나는 숨을 삼켰다.

“제가 4시 11분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그때 바로 전화라도 했다면…….”

말이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한유경이 말했다.

“서도윤 씨 탓이 아닙니다.”

위로가 아니었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잔인했다.

4시 11분.

그때는 아직 신 씨가 있었다.

안전가옥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내가 전화했다면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을 바꿨을지는 모른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때는 아직 있었다.

지금은 한 시간이 넘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서도윤 씨.”

한유경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지금 중요한 건 자책이 아닙니다. 신휘 씨를 찾는 겁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자책하지 말라고 해서 자책이 멈추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움직여야 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내가 물었다.

박 대리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내 표정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유경이 말했다.

“오늘 오전 동선이 필요합니다.”

“바다요?”

“네. 정확히 어디를 갔는지, 어느 도로를 이용했는지, 중간에 누가 봤을 가능성이 있는지, 주차 위치, 머문 시간, 주변 사람들. 전부 필요합니다.”

“신 씨가 그쪽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럼 왜…….”

“오늘 오전에는 신휘 씨가 정식 경호 동선을 벗어났습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 사이 차량이 따라붙었는지, 바다에서 신휘 씨를 알아본 사람이 있었는지, 사진이나 영상이 찍혔는지 전부 확인해야 합니다.”

스토커? 어젯밤 문밖의 남자? 사진을 찍은 사람? 온라인 게시글을 올린 사람? 아니면 다른 누군가?

한유경은 이어 말했다.

“또 하나. 오늘 오후 이동 동선이 외부로 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부 유출입니까?”

“정확히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니 지금은 어느 쪽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 말은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오늘 오후의 이동에는 여러 사람이 얽혀 있었다.

회사. 보안 인력. 차량 담당자.

그리고 아파트 밖에서 그 움직임을 지켜본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서도윤 씨.”

한유경이 말했다.

“오전 동선을 최대한 빨리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금 당사로 와주실 수 있습니까?”

“갑니다.”

나는 바로 대답하며 박 대리를 봤다.

그는 이미 내 가방을 집어 들고 있었다.

“같이 가요.”

박 대리가 말했다.

나는 그를 봤다.

“대리님.”

“그 표정으로 혼자 나가면 제가 팀장님한테 더 혼납니다.”

“일이…….”

“일은 제가 알아서 말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 너머의 한유경이 말했다.

“서도윤 씨도 어제 일로 노출되었을 수 있습니다. 위험하니 회사 동료분과 함께 오십시오.”

“네.”

통화가 끊겼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봤다.

3시 7분의 메시지도, 마지막 4시 11분 메시지도 여전히 읽지 않음이었다.

혹시 휴대폰 바뀌면 나중에 연락 주세요. 안전하게 이동하세요.

안전하게 이동하세요.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숨이 막혔다.

신 씨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뒤 한 시간이 넘었다.

한 시간.

차라면 서울을 빠져나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가 답장을 기다리며 모니터를 보고 있던 동안.

엑셀 셀 하나를 고치고. 메일을 보내고. 보고서의 숫자를 확인하고. 퇴근 시간을 기다리던 동안.

신 씨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박 대리가 내 어깨를 잡았다.

“서도윤 씨.”

나는 눈을 들었다.

“침착하고, 이동하죠.”

“네.”

나는 가방을 들었다.

다리가 조금 늦게 움직였다.

사무실 문을 나서면서, 머릿속에 신 씨의 말이 떠올랐다.

바다 보고 싶어.

내가 가는 방향을 내가 정하고 싶었어.

오전에는 신 씨가 자기 발로 움직였다.

자기 방향으로.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오후에도, 어딘가 또 자기 발로 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락이 없는 건 휴대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안전가옥 이동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이번엔 신 씨가 간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빼앗아간 것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다시 꽉 쥐었다.

신 씨가 사라졌다.

SHINHWI가 사라진 게 아니라.

무대 위의 타락한 여신이 사라진 게 아니라.

라면을 먹고, 초코우유를 라면값으로 내고, 세제를 조금만 쓰는 법을 배우고, 체인을 걸 줄 알게 된 신 씨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