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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 아이돌님은 옆집에 살고 계셔 / Chapter 12

CHAPTER 12: 옆집 여자는 바다로 도망친다

안전가옥으로 향하던 신 씨는 갑자기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하고, 도윤은 회사와 소속사의 추적을 피해 그녀와 함께 즉흥적인 도주를 시작한다.

옆집 여자는 바다로 도망친다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고 있었다.

층수 표시가 하나씩 줄어들었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신 씨: 바다 보고 싶어.

그 문장은 짧았다.

신 씨다운 문장이었다.

설명도 없고, 이유도 없고, 맥락도 거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부 들어 있었다.

어젯밤 문고리.

오늘 오후 두 시 반의 보안팀.

세 시 전 차량 출발.

안전가옥.

갇히는 거잖아.

그리고 바다.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참 멈춰 있었다.

문이 1층에서 열렸다.

출근하는 주민 한 명이 나를 이상하게 보고 지나갔다. 나는 뒤늦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휴대폰을 다시 봤다.

답장을 써야 했다.

나는 가장 정상적인 문장을 골랐다.

나: 안 됩니다.

보내자마자 답장이 왔다.

신 씨: 왜.

나는 멈칫했다.

왜.

이 상황에서 왜라니.

왜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어젯밤 문 앞에 스토커가 왔기 때문에. 오늘 오후에 안전가옥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한유경 씨가 외출 금지라고 했기 때문에. 보안 인력이 아파트 주변에 있기 때문에. 나는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신 씨가 혼자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그중 가장 짧은 답을 골랐다.

나: 위험합니다.

잠시 후.

신 씨: 그러니까.

나는 화면을 노려봤다.

그러니까?

위험하니까 가면 안 된다는 뜻이지, 위험하니까 바다에 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다시 쓰기도 전에 다음 메시지가 왔다.

신 씨: 오늘 가면 못 나와.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건 반박하기 어려웠다.

못 나오는 건 아닐 것이다.

안전가옥이라는 이름이니까, 감금은 아닐 것이다.

보호를 위한 임시 거처.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신 씨에게는 그게 전부 같은 모양이었다.

문이 많아지는 것. 열어도 되는 문과, 열면 안 되는 문이 생기는 것. 누가 지키는 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

그녀는 그걸 보호라고 부르지 않았다.

갇히는 거라고 불렀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신 씨: 도윤.

나: 네.

신 씨: 연차.

나는 그대로 굳었다.

연차.

이 사람은 지금 내 연차를 요구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마치 라면에 계란 넣어달라는 것처럼.

나는 답장했다.

나: 제 연차를 신 씨가 요구하지 마세요.

신 씨: 그럼 반차.

나는 1층 로비 한가운데서 이마를 짚었다.

협상이 너무 빠르다.

그리고 너무 일방적이다.

나: 협상 테이블을 혼자 여시면 안 됩니다.

신 씨: 오전만.

나: 왜 구체적인 합의안이 나오고 있습니까?

신 씨: 바다 보고 올 시간.

나는 시계를 봤다.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회사까지 가려면 늦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지금 여기서 돌아서면 지각이다. 아니, 지각 정도가 아니라 오전 업무가 흔들린다.

오늘 오후에는 팀장님 보고도 있다.

자료 정리도 남았다.

나는 직장인이다.

직장인은 갑자기 옆집 여자가 바다를 보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오전 반차를 쓰지 않는다.

쓰면 안 된다.

그런데 다음 메시지가 왔다.

신 씨: 안 오면 혼자 가.

나는 숨을 멈췄다.

로비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진 것 같았다.

그 문장은 협박이라기보다 통보였다.

신 씨는 정말 그럴 사람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분리수거는 못 한다. 계란은 태운다. 세제는 과하게 짠다.

귀찮은 일은 안 하지만, 자기가 가야겠다고 생각한 곳에는 간다.

그건 알았다.

나는 바로 답장했다.

나: 어디십니까?

답장은 짧았다.

신 씨: 주차장.

나는 1층 로비에서 멈췄다.

주차장?

벌써?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봤다.

정문 옆 경비실 유리창 너머로 검은 재킷을 입은 남자 한 명이 보였다. 어젯밤 NOVA에서 보낸 보안 인력 중 한 명이었다. 아파트 경비원과 함께 모니터를 확인하며 출입구 쪽을 보고 있었다.

아침에 복도 끝에 서 있던 남자는 신 씨 집이 있는 층에 남아 있었다.

내가 아는 보안 인력은 그 둘이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여기는 NOVA 건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아파트다.

회사에서 보낸 사람들을 주차장과 계단과 후문마다 세워두고 주민들의 동선을 막을 수도 없고, 오가는 사람들을 전부 검사할 수도 없다.

경비실에서는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하고.

복도에서는 신 씨 집으로 접근하는 사람을 막는다.

어젯밤처럼.

그게 목적이었다.

신 씨가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까지 감시하기 위한 배치는 아니었다.

아니.

한유경 씨는 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한테 부탁했겠지.

신 씨가 혼자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달라고.

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지금.

그 부탁을 받은 나는 이제 오전 반차를 신청하려 하고 있었다.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었다.

나: 죄송합니다. 오늘 오전 반차 사용 가능할까요? 급한 개인 사정입니다. 오후에는 출근하겠습니다.

답장은 거의 바로 왔다.

박정민 대리: 또 그분입니까?

나는 잠깐 망설였다가 썼다.

나: 바다입니다.

답장은 조금 늦게 왔다.

박정민 대리: 계란 다음이 바다군요.

곧이어 다시 메시지.

박정민 대리: 팀장님께는 제가 말해둘게요. 오후엔 꼭 오세요. 그리고 진짜 위험한 일이면 회사보다 경찰입니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나: 감사합니다. 오후에는 반드시 들어가겠습니다.

박정민 대리: 반드시라는 말은 보통 못 지키는 사람들이 씁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신 씨가 혼자 가게 둘 수는 없다.


아파트 주차장은 지하 1층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발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어젯밤 이후로 건물 전체가 조금 낯설었다. 복도, 계단, 주차장, 분리수거장.

며칠 전만 해도 그냥 내가 사는 건물의 일부였던 공간들이 이제는 전부 감시와 동선과 위험이라는 단어로 바뀌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차가운 콘크리트 냄새가 났다.

주차장 한쪽에는 승용차들이 줄지어 있었고, 적어도 눈에 보이는 곳에는 신 씨의 모습은 없었다.

“신 씨?”

작게 불렀다.

답은 문자로 왔다.

신 씨: 왼쪽.

나는 왼쪽을 봤다.

정확히는 주차 중인 차들의 그림자와 기둥 사이에 신 씨가 서 있었다.

검은 볼캡. 마스크. 커다란 회색 후드티. 검은 바지. 운동화.

그리고 손에는 차 키.

나는 빠르게 다가갔다.

“신 씨.”

“늦어.”

“저는 지금 출근을 포기하고 내려온 사람입니다.”

“반차잖아.”

“포기가 반으로 줄어든 것뿐입니다.”

신 씨는 내 말을 거의 듣지 않았다.

그녀는 주차장 너머의 경비실을 보고 있었다.

눈이 달랐다.

평소처럼 졸린 눈도, 라면을 기다리는 눈도 아니었다.

조용하고, 선명했다.

사람의 위치와 시선, 움직임을 읽는 눈.

나는 그 눈을 보고 잠깐 말문이 막혔다.

“신 씨.”

“응.”

“여기 어떻게 내려오셨습니까?”

“계단.”

“그건 이동 수단 설명입니다.”

신 씨가 나를 봤다.

“복도.”

“네.”

“한 명.”

“알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봐.”

“……네?”

“문 열리면 보잖아.”

나는 잠깐 생각했다.

아침에 복도 끝에 서 있던 남자.

현관문 바로 앞을 막고 선 간수가 아니었다. 주민들이 오가는 공용 복도였고, 그는 엘리베이터와 신 씨 집 쪽을 함께 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었다.

더구나 남성 경호원이 개인 주거공간 안까지 따라 들어가 신 씨가 뭘 하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애초에 신 씨를 감금하는 사람이 아니라, 밖에서 누가 접근하는지를 막는 사람이었다.

“엘리베이터 문 열릴 때 그쪽을 본 겁니까?”

“응.”

“그래서요?”

“나는 반대.”

“비상계단이요?”

“응.”

나는 신 씨를 가만히 봤다.

“그걸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조금.”

“얼마나요?”

신 씨는 생각했다.

“금방.”

이 사람에게 금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우연히 튀어나온 게 아니다.

복도에 사람이 어디 서 있는지 보고.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자기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면 시선에서 빠지는지를 계산했다.

복잡한 작전 같은 건 아니었다.

그냥.

봤고.

기다렸고.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확했다.

“신 씨.”

“응.”

“분리수거는 못 하시면서 이런 건 왜 잘하십니까?”

“분리수거는 규칙 많아.”

“이건 규칙이 없습니까?”

“있어.”

“그런데요?”

“이쪽이 쉬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쓰레기를 종류별로 나누는 것보다 사람의 시선을 피해 아파트를 빠져나오는 쪽이 쉽다.

그게 말이 되는가.

안 된다.

그런데 이미 지하주차장에 와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논리로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이 사람은 대체 뭘 못하고 뭘 잘하는 걸까.

분리수거는 못 한다.

계란은 운석으로 만든다.

프라이팬은 죽인다.

그런데 도망은.

이상할 정도로 능숙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지금 내게는 그냥 이상한 사람일 뿐이었다.

신 씨가 진입로 쪽을 보았다.

나도 따라 봤다.

멀리서 익숙한 택배 차량 한 대가 아파트 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택배 차.”

“네?”

“커.”

“그건 압니다.”

“가려져.”

주차장에는 NOVA 보안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천장에는 CCTV가 있었고, 출구 너머에는 경비실이 있었다.

신 씨는 그것들을 보고 있었다.

택배 차량.

기둥.

카메라.

출구.

사람에게 어디가 보이고 어디가 가려지는지.

그녀의 시선이 차례로 움직였다.

뭘 기다리고 있는지는 이제 나도 알 것 같았다.

“신 씨.”

“응.”

“뭘 하시려는지 대충 짐작은 됩니다만, 정말 하실 생각인가요?”

그녀는 나를 보았다.

“비슷한 거.”

나는 눈을 감았다.

그 말은 대체로 긍정이다.

잠시 뒤 아파트로 들어오는 진입로 멀리서 보이던 택배 차량을 경비실의 보안 요원도 인지한 듯,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신 씨가 내 소매를 잡았다.

“지금.”

“잠깐—”

그녀는 움직였다.

빠르게 뛰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하게 걸었다.

기둥이 시야를 가리는 짧은 구간을 지나, 주차된 차들 사이로 들어갔다.

나는 얼떨결에 따라갔다.

아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내 소매를 잡고 있었으니까.

“신 씨, 이건 지금—”

“쉿.”

그녀가 짧게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주차장 안쪽에 세워진 하얀색 차량 옆에서 신 씨가 멈췄다.

소형 전기 세단이었다.

생각보다 평범한 차였다.

아니, 이 상황에서 평범한 차가 더 이상했다.

신 씨가 차 키를 눌렀다.

삑.

차가 반응했다.

“내 차.”

“운전하실 겁니까?”

“응.”

나는 한 걸음 물러났다.

“면허 있으십니까?”

신 씨가 나를 보았다.

“있어.”

“진짜요?”

“응.”

“실물이요?”

“있어.”

“유효한 면허요?”

“도윤 말 많아.”

“당연하죠. 신 씨는 계란도 위험한 분입니다.”

“차는 안 태워.”

“그건 이유가 아닙니다.”

신 씨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 했다.

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됐습니다. 지금 면허증 검사할 시간은 아닙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걱정했다.

이런 사람에게 운전면허가 나온다니.

괜찮은가, 국가 라이선스 시스템.

가스불과 계란과 세제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동차 운전 권한을 부여해도 되는가.

국가가 나보다 신 씨를 더 신뢰했다는 뜻인데, 그 국가의 판단이 지금 갑자기 불안해졌다.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신 씨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차.”

“그건 소유권 문제고, 지금은 안전 문제입니다.”

“내가 운전해.”

“왜요?”

“도망은 내가 해.”

나는 멈췄다.

그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도망은 내가 해.

신 씨는 이미 정해둔 사람처럼 말했다.

나는 그녀를 봤다.

작은 얼굴은 마스크와 모자로 반쯤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눈은 가려지지 않았다.

그 눈은 피곤했지만, 흐리지 않았다.

“도망이 아니라 외출입니다.”

나는 애써 말했다.

신 씨는 아주 작게 대답했다.

“비슷한 거.”

안 비슷하다.

하지만 지금은 반박할 시간이 없었다.

“타.”

“제가 운전—”

“타.”

짧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거절하기 어려웠다.

나는 조수석에 탔다.

문이 닫혔다.

차 안은 조용했다.

신 씨가 운전석에 앉았다.

시트 위치를 조정하고, 미러를 확인했다.

그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익숙하시네요.”

“응.”

“진짜 운전하시는군요.”

“응.”

“신 씨는 대체 뭘 못하고 뭘 잘하는 겁니까?”

“분리수거 못해.”

“그건 알고 있습니다.”

“계란도.”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운전은 해.”

“왜 운전은 되는 겁니까?”

“차는 시키면 해.”

나는 잠깐 멈췄다.

“사람은요?”

“말 많아.”

반박할 수 없었다.

신 씨는 안전벨트를 맸다.

그리고 나를 봤다.

“벨트.”

“아.”

나는 안전벨트를 맸다.

놀라웠다.

신 씨가 나보다 먼저 안전벨트를 확인했다.

국가 라이선스 시스템은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유능한지도 모른다.

신 씨는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움직일 준비를 했다.

전기차답게 차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녀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후방 카메라와 사이드미러를 확인했다. 경비실 내 보안 인력의 시야, 들어오는 택배 차의 움직임, 주차장 입구의 차량 흐름을 차례로 봤다.

나는 그 옆모습을 보며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이 사람은 생활력이 없다.

정말 없다.

분리수거도 못 하고, 계란도 태우고, 도시락 뚜껑도 못 뜯고, 세제를 너무 많이 짜고, 초코우유를 식사라고 우긴다.

그런데 지금 운전석의 신 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침착하고, 조용하고, 정확했다.

시선을 두는 곳도, 손이 움직이는 순서도, 발이 페달을 밟는 강도도.

너무 익숙했다.

“신 씨.”

“응.”

“정말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네요.”

“운전?”

“도망이요.”

신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곧 택배 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큰 차체가 출구 쪽 시야를 한 번 더 가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하려는 듯, 경비실에 있던 보안 요원의 시선이 택배 차 쪽을 향했다.

신 씨는 그때 차를 움직였다.

부드럽게.

너무 부드러워서, 도망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차는 주차선을 빠져나와 택배 차의 옆면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보안 인력은 택배 차 기사에게 뭔가를 묻고 있었다.

그 틈에 신 씨의 차는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나는 숨을 참았다.

정말 이런 게 가능하다고?

아니, 가능하니까 지금 하고 있다.

아파트 출구가 가까워졌다.

신 씨는 급하게 밟지 않았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멈추고, 좌우를 확인하고, 천천히 진출로를 올라갔다.

“지금 도망치는 중 맞습니까?”

내가 작게 물었다.

“응.”

“왜 안전규정은 이렇게 잘 지키십니까?”

“걸리면 귀찮아.”

“그건 아주 좋은 이유입니다.”

경비실 쪽의 시선은 여전히 택배 차량으로 향해 있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량.

어젯밤 사건 이후라면 확인해야 할 대상이었다.

반면 우리가 탄 차는 아파트 안에서 나가는 차량이었다.

차단기 앞에 도착하자 번호판을 읽은 장치가 짧게 반응했다.

삑.

차단기가 올라갔다.

등록된 차량이었다.

아무도 달려와 막지 않았다.

신 씨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방향지시등을 켰다.

차가 천천히 도로로 나갔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경비실 유리창 너머의 검은 재킷 남자가 뒤늦게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아마 곧 알 것이다.

복도에 있던 사람도 이미 알았을지 모른다.

그리고 몇 초 뒤면.

한유경에게 보고가 들어간다.

나는 다시 앞을 봤다.

“신 씨.”

“응.”

“이건 정말 큰일입니다.”

“바다.”

“대답이 안 됩니다.”

“바다 보고 싶어.”

그녀는 앞을 보며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짧았다.

하지만 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신 씨가 옆눈으로 봤다.

“뭐 해.”

“한유경 씨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왜.”

“이건 알려야 합니다.”

“그러면 잡혀.”

“이미 잡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도윤 배신.”

“안전입니다.”

“배신이 안전의 옷을 입었네.”

“오늘은 제가 그 옷 입고 조수석에 앉겠습니다.”

신 씨는 입술을 조금 다물었다.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래도 막지는 않았다.

나는 한유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 번 가기도 전에 연결됐다.

“서도윤 씨.”

목소리가 차가웠다.

아.

이미 보고가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나는 먼저 말했다.

“신 씨가 바다에 가겠다고 해서…… 같이 나왔습니다.”

잠깐 침묵.

“같이 나왔다고요?”

“네.”

“제가 서도윤 씨께 뭐라고 부탁드렸습니까?”

나는 눈을 감았다.

정확히 기억한다.

신휘 씨가 혼자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연락주십시오.

“신 씨가 혼자 나가려고 하면 연락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죠.”

“네.”

“같이 나가달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네.”

운전석에서 신 씨가 아주 작게 말했다.

“공범.”

나는 신 씨를 봤다.

“본인이 말하지 마세요.”

한유경이 들었다.

“정확한 표현이네요.”

“죄송합니다.”

“왜 공범이 되셨습니까?”

“안 오면 혼자 간다고 해서요.”

또 침묵.

이번 것은 더 길었다.

“서도윤 씨.”

“네.”

“그래서 그럴 것 같아서 제가 서도윤 씨께 부탁드린 겁니다.”

할 말이 없었다.

정말 없었다.

“네.”

“지금 어디십니까?”

나는 도로 표지판을 확인했다.

“아파트에서 막 빠져나왔습니다.”

“지금 바로 돌아오세요.”

“네. 신 씨, 바로 돌아오라고 하십니다.”

“싫어.”

전화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스피커폰으로 바꿔주세요.”

나는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신휘 씨.”

“응.”

“돌아오세요.”

“바다.”

“신휘 씨.”

“보고 올게.”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으셨습니까?”

신 씨는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

“안 잊었어.”

“그럼 더더욱 돌아오셔야 합니다.”

“싫어.”

신 씨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고집을 부리는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냥.

가지 않겠다는 목소리였다.

한유경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는 이미 큰 도로에 올라와 있었다.

신 씨는 운전 중이다.

여기서 전화로 계속 실랑이하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한유경도 같은 판단을 한 것 같았다.

“서도윤 씨.”

“네.”

“위치 공유 켜세요.”

“네.”

“목적지도 보내십시오.”

“알겠습니다.”

“제가 허락한 게 아닙니다.”

목소리가 더 단단해졌다.

“이미 도로에 나와 있으니 위험을 더 키우지 않겠다는 겁니다.”

“네.”

“정오까지 돌아오십시오.”

“네?”

“정오입니다. 그 이후에는 안전가옥 이동 준비에 차질이 생깁니다.”

신 씨가 옆에서 말했다.

“한 시.”

“정오입니다.”

“열두 시 반.”

“정오입니다.”

“치사해.”

“안전입니다.”

신 씨는 아주 작게 말했다.

“배신이 안전의 옷을 입었네.”

한유경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 오후에는 그 옷을 입고 안전가옥으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서도윤 씨.”

“네.”

“혼자 보내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나는 조금 숨을 놓았다.

“감사합니다.”

“칭찬 아닙니다.”

“네.”

“오히려 아침에 부탁드린 사람이 공범이 된 것 때문에 상당히 화가 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네.”

“이건 데이트가 아닙니다.”

나는 목이 막혔다.

“압니다.”

“도주입니다.”

대답하기 어려웠다.

너무 정확해서.

“위치 공유 유지하시고, 운전 중인 신휘 씨와 말싸움하지 마십시오. 휴대폰도 만지게 하지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한유경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신휘 씨. 정오입니다.”

“알았어.”

그 말은 승낙이라기보다 더 싸우기 귀찮다는 뜻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로 충분한 모양이었다.

통화가 끝났다.

나는 위치 공유를 켰다.

그리고 휴대폰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바깥 도로는 평범했다.

출근하는 차들, 버스, 횡단보도, 카페 앞 사람들.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바다로 가고 있었다.

보호를 피해.

안전가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정오까지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앞을 보았다.

“신 씨.”

“응.”

“정말 바다만 보고 오는 겁니다.”

“응.”

“약속하셨습니다.”

“응.”

“도망치려고 하지 마세요.”

신 씨는 아주 잠깐 나를 봤다.

“지금도 도망인데.”

나는 말문이 막혔다.

맞다.

이미 도망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그녀는 앞을 보며 말했다.

“근데 오늘은.”

“네.”

“내가 가는 방향을 내가 정하고 싶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너무 조용하게 나왔다.

고집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고, 떼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처럼.

신 씨는 계속 앞을 봤다.

운전대 위의 손은 안정적이었다.

나는 그 손을 보았다.

계란을 태우던 손.

세제를 너무 많이 짜던 손.

초코우유를 라면값으로 내밀던 손.

어젯밤 문고리 소리에 얼어붙었던 손.

그리고 지금은 운전대를 잡고,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와 바다 쪽으로 차를 몰고 있는 손.

이 사람은 정말 이상하다.

너무 많은 것이 안 맞는다.

하지만 그 안 맞는 것들이 한 사람 안에 있었다.

나는 창밖을 봤다.

도시가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오늘 오전, 나는 반차를 냈다.

신 씨는 바다를 보러 간다.

정오까지 돌아와야 한다.

그게 우리가 가진 조건이었다.

아주 불안정하고, 아주 이상하고,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평일 아침은 아닌 조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신 씨는 자기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옆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완벽하게 상식적이지는 않았다.

안전하지도 않았다.

아마 한유경이 알면, 아니 이미 알지만, 머리를 짚을 일이다.

그래도, 혼자 가게 둘 수는 없었다.

그건 분명했다.

나는 안전벨트를 다시 확인했다.

신 씨가 말했다.

“불안해?”

“네.”

“운전?”

“그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그럼?”

“상황이요.”

신 씨는 아주 작게 웃었다.

“도윤 정상.”

“지금 이 상황에서 정상이라는 말을 들으니 더 불안합니다.”

“기특해.”

“운전 중에 사람을 놀리지 마세요.”

“응.”

차는 신호 앞에 멈췄다.

신 씨는 정지 라인에 맞춰 부드럽게 감속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생각했다.

국가 라이선스 시스템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면허가 아니다.

문제는, 운전은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계란은 왜 그렇게 태우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도망치는 데 익숙한가 하는 것이다.

신호가 바뀌었다.

차가 다시 움직였다.

바다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