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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 아이돌님은 옆집에 살고 계셔 / Chapter 10

CHAPTER 10: 옆집 여자는 급식소에서 피난한다

문밖의 침입자가 신 씨를 SHINHWI라 부르며 문고리를 흔드는 밤, 도윤은 급식소가 된 자신의 집을 잠시 피난처로 지키고 그녀의 정체와 예정된 안전가옥 이송을 마주한다.

옆집 여자는 급식소에서 피난한다

문고리는 계속 움직였다.

철컥.

철컥.

철컥.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소리였다. 누군가 잘못 찾아와 문고리를 돌렸고, 잠겨 있음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소리.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밤 11시가 넘은 아파트 복도.

내 집 문밖.

그리고 내 뒤에는 신 씨가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아직 메시지가 떠 있었다.

다 알아 SHINHWI. 네 모습도 네가 거기 있는 것도.

그 이름이 화면에 박혀 있었다.

SHINHWI.

나는 그 이름을 보면서도,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부정하고 있었다.

아니다.

신 씨가 SHINHWI일 리 없다.

SHINHWI가 내 집 식탁에서 라면을 먹고, 초코우유를 라면값으로 내고, 내 방구석의 다키마쿠라 상자를 노릴 리 없다.

그럴 리 없다.

그런데 문밖의 남자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신 씨를 SHINHWI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증거가 아니라 욕망에서 나온 것 같았다.

“서도윤 씨.”

휴대폰 너머에서 한유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통화를 끊지 않은 채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네.”

“경찰 출동 요청했습니다. 당사 보안 인력도 이동 중입니다. 절대 문 열지 마시고, 방 안에 들어가 계세요.”

한유경은 끝까지 신 씨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은 그게 고마웠다.

나는 그 단어에 매달릴 여유조차 없었다.

문밖에서 남자가 다시 말했다.

“열어.”

나는 신 씨를 뒤로 밀었지만 신 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굳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평소처럼 “왜”라고 묻지도 않았고, “귀찮아”라고 하지도 않았다. 초코우유를 들고 있던 손은 내려가 있었고, 창백한 피부는 더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는 낮게 말했다.

“안쪽으로 가세요.”

신 씨는 나를 봤다.

“도윤.”

목소리가 작았다.

평소보다 훨씬 작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문밖의 남자가 다시 문을 당겼다.

철컥.

잠금장치가 버텼다.

철컥.

체인이 팽팽해지며 금속 소리를 냈다.

한 겹 더 생긴 얇은 금속줄, 체인을 걸었던 것에 감사했다.

그게 지금은 성벽처럼 느껴지고 있으니까.

문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거기 있는 거 다 안다니까.”

나는 문을 등지지 않았다.

문을 보면서, 내 뒤쪽에 신 씨가 있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여기는 제 집입니다.”

나는 계속 이곳이 내 집이라는 사실을 반복했다.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당신이 찾는 사람 없습니다.”

“웃기지 마.”

남자가 말했다.

“안에 있잖아. SHINHWI.”

그 이름이 다시 복도를 때렸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아는 SHINHWI는 무대 위에 있었다.

붉은 조명과 검은 레이스, 지옥과 악마와 관객을 전부 자기 무대 안으로 끌어들인 사람.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고, 그 시선을 역으로 조종하는 사람.

하지만 문밖의 남자가 말하는 SHINHWI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SHINHWI는, 평범한 남자와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SHINHWI는. 스캔들 속 더러운 상상, 유포된 사진과 영상의 프레임, 인터넷 댓글들이 만들어낸 저속한 인형이었다.

게다가 그것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은…….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옆집 여자 신 씨였다.

초코우유를 입에 물고 내 집에 라면을 먹으러 오는 집순이였다.

신 씨가 누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누군가가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이 싫었다.

“돌아가세요.”

나는 말했다.

“경찰이 오고 있습니다.”

“팬한테 경찰?”

남자가 낮게 웃었다.

“팬이라고요?”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문밖이 잠깐 조용해졌다.

“팬이면 함부로 문을 열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팬이면 밤늦게 집 앞까지 찾아와 사람을 겁주지 않습니다. 팬이면 본인이 만든 상상 속에 사람을 집어넣고, 그게 진짜 모습이라고 우기지 않습니다.”

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화가 나 있었다.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다.

무섭다.

손은 떨리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고, 문이 혹시라도 열릴까 봐 머릿속이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그런데도 화가 났다.

문밖의 남자가 말하는 방식.

“네가 어떤 모습이 어울리는지 안다”는 듯한 말.

그건 좋아하는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그건 빼앗으려는 사람의 말이었다.

“넌 뭘 안다고.”

문밖의 남자가 말했다.

“넌 그냥 일반인이잖아. 평범한 회사원.”

“맞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저는 일반인이고, 여기는 제 집입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세요.”

“그 애는 그런 데 있을 사람이 아니야.”

“그 애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말이 먼저 나갔다.

나는 신 씨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안 될 것 같았다.

문밖의 남자가 다시 웃었다.

“왜?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말했다.

“그래도 이 집 주인입니다.”

그 말만큼은 확실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신 씨가 누구인지 아직도 제대로 모를 수 있다.

SHINHWI인지 아닌지, 어쩌면 인정하게 되는 것이 겁나고, 내 사회적 생명이 끝날 것 같아 도망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집의 문은 내 문이다.

지금 내 집 안에 있는 사람을, 내가 모르는 남자가 마음대로 끌어낼 수는 없다.

“설령 안에 누가 있더라도 나가지 않습니다.”

나는 말했다.

“당신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한유경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낮게 들렸다.

“조금만 시간을 끌어주세요. 보안팀 도착 예상 3분 이내입니다. 경찰도 건물 근처입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네.”

문밖의 남자가 다시 말했다.

“SHINHWI.”

신 씨가 움찔했다.

나는 손을 뒤로 뻗어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들리지? 나야.”

남자의 목소리가 묘하게 부드러워졌다.

그게 더 끔찍했다.

“나는 알아. 네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저런 평범한 놈 옆에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 넌 무대에 있어야지. 어울리는 남자들이랑, 어울리는 곳에서, 어울리는 모습으로. 그 사진처럼, 영상처럼.”

속이 뒤집혔다.

그 말은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너무 노골적이었다.

스캔들의 이미지.

유포된 사진과 영상.

다수의 남성들과 난잡하게 얽힌 것처럼 조작되고 소비된 장면.

그는 그것을 그녀의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문 너머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말하는 그 모습은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네가 뭘 알아.”

“적어도 문밖에서 떠드는 당신보다는 압니다.”

문밖의 남자가 문을 세게 쳤다.

쿵.

신 씨의 숨이 아주 작게 끊겼다.

나는 뒤로 물러나면서도 그녀 앞을 막았다.

한유경의 목소리가 바로 날카로워졌다.

“서도윤 씨, 자극하지 마세요.”

“네.”

나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물러났다.

문밖에서는 남자가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났다.

“너는 아니야.”

남자가 중얼거렸다.

“너 같은 놈이 아니야.”

“돌아가세요.”

“내가 다 알아. 팬이니까 다 알아.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더 대꾸해봤자 그는 듣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자기 안에서 완성된 SHINHWI를 보고 있었다.

눈앞의 사람은 필요 없었다.

목소리도, 공포도, 침묵도 필요 없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자기 상상 속에 존재하는 SHINHWI였다.

그리고 그 상상은 지금 내 집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멀리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게.

하지만 곧 분명해졌다.

사이렌 소리다.

문밖의 남자도 들은 모양이었다.

문고리를 돌리던 소리가 멈췄다.

복도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남자가 낮게 말했다.

“다시 올 거야.”

나는 숨을 멈췄다.

“네가 어디 있는지 알아.”

그 말이 끝나자, 발소리가 났다.

계단 쪽으로 빠르게 멀어지는 소리.

“경찰차 소리를 듣고 도망친 것 같습니다.”

나는 안도하며 문으로 다가가려 했다.

내 목소리를 들은 듯 전화기 너머에서 한유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 열지 마세요.”

나는 멈췄다.

“혹시 모르니 복도 확인하지 마세요. 경찰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세요.”

“네.”

신 씨는 내 뒤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나는 그제야 그녀를 돌아봤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평소에도 피부가 옅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다르게 하얬다. 초코우유를 들고 있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초코우유를 조심스럽게 받아 식탁에 내려놓았다.

“괜찮습니까?”

묻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괜찮을 리 없다.

신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게 말했다.

“라면.”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네?”

“불어.”

그제야 식탁 위의 라면이 보였다.

먹다 만 라면.

국물은 조금 식었고, 면은 불어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 상황에 라면.

아니, 신 씨에게는 그게 붙잡을 수 있는 가장 쉬운 현실일지도 몰랐다.

문밖의 남자도, SHINHWI라는 이름도, 메시지도, 사이렌도.

그 모든 것 사이에서 그녀가 말할 수 있는 것.

라면 불어.

나는 조용히 말했다.

“새로 끓이면 됩니다.”

신 씨가 나를 보았다.

“있어?”

“있습니다.”

“기특해.”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특합니다.”

그때 복도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숨을 죽여야 할 소리가 아니었다.

단단하고 빠른 발걸음.

누군가 무전으로 낮게 말하는 소리.

그리고 문 앞에서 들린 목소리.

“경찰입니다. 신고 받고 왔습니다.”

나는 한유경에게 말했다.

“경찰 온 것 같습니다.”

“문 열기 전에 확인하세요. 체인 건 상태로요. 저도 곧 도착합니다.”

“네.”

나는 체인을 건 채 문을 조금 열었다.

틈 사이로 제복이 보였다.

경찰 두 명과, 그 뒤로 검은 옷을 입은 남성 둘이 있었다. 아마 NOVA LINE 쪽 보안 인력이었다.

경찰이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나는 확인하고 나서 체인을 풀었다.

문을 열자 복도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차갑고 건조했다.

경찰은 바로 물었다.

“신고자분?”

“네. 접니다.”

“침입 시도한 사람은요?”

“방금 계단 쪽으로 도망갔습니다. 남성이고, 정확히 보진 못했습니다. 문을 열지 않아서요.”

보안 인력 중 한 명이 바로 무전을 했다.

“계단 쪽 확인. 후문도 막아주세요.”

경찰 한 명이 복도와 계단 쪽을 확인하러 움직였다.

다른 경찰은 나와 신 씨를 보았다.

“안에 같이 계셨던 분이신가요?”

신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대신 말했다.

“네. 지인입니다.”

지인.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웃. 라면을 먹는 사람. 분리수거를 못 하는 사람. 인터넷 사진에 같이 찍힌 사람. 문밖의 남자가 SHINHWI라고 부른 사람.

지인.

가장 안전한 단어였다.

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신 씨는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한유경이 거의 뛰듯이 내렸다.

평소의 단정하고 침착한 모습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걸음이 빨랐다. 그녀 뒤로 또 다른 직원이 따라왔다.

한유경은 내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신 씨를 확인했다.

“괜찮아요? 무슨 일 없었어요?”

신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유경은 그 침묵을 예상한 듯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내게 고개를 돌렸다.

“서도윤 씨, 침착하게 대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범인의 메시지는 그대로 있습니까?”

“네.”

나는 신 씨의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한유경은 화면을 확인하고 표정이 굳었다.

다 알아 SHINHWI. 네 모습도 네가 거기 있는 것도.

경찰도 메시지를 확인했다.

“문밖 사람과 같은 번호입니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유경이 말했다.

“해당 번호와 이전 온라인 게시물, 오늘 침입 시도 사이의 연관성 확인 요청드리겠습니다. 저희 법무팀에서 필요한 자료 제공하겠습니다.”

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에서 다른 경찰이 돌아왔다.

“계단 쪽에서 사람은 놓쳤습니다. 다만 이거 발견했습니다.”

그는 비닐 장갑을 낀 손으로 접힌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편의점 앞 사진이었다.

흐릿한 사진.

신 씨와 나.

인터넷에 올라왔던 그 사진을 인쇄한 것이었다.

그 아래에는 검은 펜으로 글자가 적혀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 팬은 다 알아.

한유경의 얼굴에서 온도가 사라졌다.

신 씨는 그 종이를 보지 않았다.

아니, 보려다 말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 앞을 조금 가렸다.

경찰은 종이를 증거 봉투에 넣었다.

“현관 앞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추가 수색하겠습니다.”

한유경은 짧게 대답했다.

“부탁드립니다.”

복도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찰. 보안 인력. 한유경. NOVA LINE 직원.

평범한 아파트 복도가 갑자기 사건 현장이 되었다.

나는 내 집 문 앞에 서서 그 모든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몸에서 힘이 빠졌다.

무섭다.

늦게 무서웠다.

문이 열렸다면.

체인을 걸지 못했다면.

신 씨가 목소리를 냈다면.

한유경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면.

생각이 뒤늦게 몰려왔다.

신 씨는 조용히 내 옆에 서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초코우유도, 라면도 들고 있지 않았다.

빈손이었다.

그게 이상하게 낯설었다.


상황 정리는 오래 걸렸다.

경찰은 내 진술을 들었다.

문고리를 돌린 시각, 문밖에서 한 말, 신 씨 휴대폰에 온 메시지, 이전 인터넷 게시물, 낮에 NOVA LINE을 방문했던 일까지.

나는 가능한 한 정확히 말했다.

한유경은 중간중간 필요한 정보를 보충했다.

“당사 아티스트와 관련된 온라인 악성 게시물 확산 중이었습니다.” “일반인인 서도윤 씨가 사진에 함께 노출되었습니다.” “해당 메시지는 당사자 휴대폰으로 직접 발송된 것으로 보입니다.” “스토킹 및 주거침입 시도 가능성을 포함해 대응 요청드립니다.”

당사 아티스트.

당사자.

끝까지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위해 신 씨의 이름과 연락처를 따로 확인했다.

다만 복도에서 그 이름을 크게 부르지는 않았다. 한유경도 계속 ‘당사 아티스트’와 ‘당사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모두가 이름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

이 자리에서는 모두가 단어를 조심하고 있었다.

신 씨만 빼고.

“졸려.”

그녀가 아주 작게 말했다.

한유경이 바로 대답했다.

“조금만 더 버티세요.”

“라면 불었어.”

“새로 드리겠습니다.”

“여기?”

“안 됩니다.”

“치사해. 배신.”

“안전입니다.”

신 씨는 잠깐 침묵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배신이 안전의 옷을 입었네.”

한유경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쳤다.

“오늘은 그 옷을 입으셔야 합니다.”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며 이상하게 현실감을 되찾았다.

신 씨는 여전히 신 씨였다.

문밖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렸든, 휴대폰에 어떤 이름이 찍혔든.

지금 여기서 그녀는 졸리고, 라면이 불었고, 안전을 배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밖에 감당할 수 없었다.

경찰이 1차 확인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도, 보안 인력은 아파트 주변에 남았다.

경찰이 현관 주변을 확인한 뒤, 한유경은 내 집 안쪽에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현관문은 닫고 체인을 다시 걸었다. 보안 인력 한 명은 복도에 남았다.

그녀는 신 씨를 자기 쪽으로 가까이 세우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이동을 하고 싶지만, 서도윤 씨도 얽혔으니 저희 쪽만 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조금 놀라 그녀를 봤다.

“이동하지 않는 겁니까?”

“즉시 이동할 수 있는 임시 시설과 차량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경찰이 주변 출입로와 차량 기록을 확인 중이고, 상대가 단독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동 경로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움직이면 오히려 동선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우선 오늘 밤은 경찰과 경비실에 협조를 요청하고, 당사 경호 인력을 이 층과 건물 출입구에 배치하겠습니다. 또한 당사 입장에서 서도윤 씨도 오늘 밤은 혼자 둘 수 없습니다. 경찰 조사와 통신기기 확인이 끝나는 대로, 저희는 늦어도 내일 오후에는 이동합니다.”

말은 차분했다.

하지만 내용은 차갑고 정확했다.

“오늘 밤은 아파트 주변에 당사 경호 인력이 배치될 겁니다. 건물 앞, 주차장, 분리수거장, 후문 쪽에 배치되면 동선은 모두 감시 가능하겠지요?”

분리수거장.

그 단어를 듣자 처음 만난 밤이 떠올랐다.

“다 쓰레기잖아.”

그렇게 말하던 신 씨.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분리수거장이 이제 경호 위치가 되었다.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한유경은 신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변 안전이 확인되면 저희는 내일 오후에 안전가옥으로 이동합니다.”

신 씨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싫어.”

목소리는 작지만 분명했다.

한유경은 그녀를 보았다.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갇히는 거잖아.”

그 말은 날카로웠다.

처음 듣는 결이었다.

신 씨는 귀찮다는 말은 자주 한다.

배고프다, 졸리다, 도망가고 싶다, 치사하다.

하지만 지금의 “갇히는 거잖아”는 달랐다.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

한유경의 목소리도 조금 낮아졌다.

“보호입니다.”

신 씨는 입술을 다물었다.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배신.”

“그렇게 말씀하셔도 내일 오후 이동은 바뀌지 않습니다. 여기 계시면 일반인인 서도윤 씨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한유경의 대답은 단단했다.

신 씨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벽을 보았다.

아니, 벽 너머 어딘가를 보는 것 같았다.

문.

닫힌 문.

열어도 되는 문과, 열면 안 되는 문.

나는 낮에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떠올렸다.

도망가고 싶어.

그건 단순히 회의가 지겨워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내일 오후 몇 시입니까?”

내가 물었다.

한유경이 나를 봤다.

“아직 회사에 상세 보고가 되지 않았으니 확정은 아닙니다만, 오후 중이 될 겁니다. 죄송합니다만 확정되어도 서도윤 씨께 공유되지는 않을 겁니다.”

당연한 대답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유경은 이어 말했다.

“오늘 밤 신휘 씨는 외출 금지입니다.”

신휘 씨.

그 말이 나왔다.

너무 자연스럽게.

너무 늦게.

너무 조용하게.

나는 숨을 멈췄다.

신휘 씨.

한유경의 입에서 나온 이름.

신 씨.

신휘.

SHINHWI.

머릿속에서 세 단어가 겹쳤다.

나는 바로 현실 부정을 시작하려 했다.

신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SHINHWI 한 명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에 신휘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또 있을 수 있다. 예명일 수도 있다. 본명일 수도 있다. 아니, 한유경이 그냥 신 씨의 이름을 부른 것일 수도 있다. SHINHWI와 신휘는 같지만, 같지 않을 수도—

무리였다.

이번엔 조금 무리였다.

나는 말없이 신 씨를 보았다.

신 씨는 나를 보지 않았다.

한유경도 내가 흔들린 걸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마치 지금은 그럴 시간이 아니라는 듯.

“서도윤 씨 집 방문도 금지입니다.”

한유경이 말했다.

신 씨가 바로 반응했다.

“급식소?”

“오늘부로 폐점입니다.”

“싫어.”

“오늘은 싫다고 해도, 배신이라고 해도 소용 없습니다.”

나도 뒤늦게 말했다.

“오늘은 저도 폐점입니다.”

신 씨가 나를 봤다.

“도윤도?”

“안전입니다.”

“배신이 안전의 옷을 입었네.”

“네. 저도 입었습니다.”

신 씨는 조금 억울한 얼굴이었다.

평소 같으면 웃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표정마저 마음이 무거웠다.

한유경은 내게 고개를 돌렸다.

“서도윤 씨, 오늘 밤 혹시 수상한 움직임이 있거나 신휘 씨가 혼자 나가려고 하면 바로 연락주십시오.”

신휘 씨.

두 번째.

나는 이번에도 반응하지 않으려 애썼다.

“제가 감시하라는 뜻입니까?”

말이 조금 날카롭게 나갔다.

한유경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닙니다. 오늘 밤은 서도윤 씨 역시 저희 보호 대상이십니다. 이건 감시가 아니라 신고 부탁입니다. 신휘 씨가 스스로 위험을 귀찮음으로 분류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나는 신 씨를 봤다.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그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분리수거를 못한다. 가스불을 켜놓고 가사를 쓴다. 밤늦게 편의점에 간다. 사진이 찍힌 다음 날에도 밖에 나간다. 문단속을 배웠다고 기특하냐고 묻는다.

위험을 귀찮음으로 분류하고 무시한다.

너무 정확했다.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유경은 신 씨에게 말했다.

“들어가시죠. 오늘은 바로 주무세요.”

“라면.”

“안 됩니다.”

“불었어.”

“새로 드릴 수 없습니다.”

“아까 준다며, 배신.”

“안전입니다.”

“배신이 안전의 옷을 입었네.”

한유경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 밤은 그렇습니다.”

신 씨는 나를 보았다.

도움을 요청하는 눈이었다.

아마도.

아니, 라면을 요청하는 눈일 수도 있다.

나는 모르는 척했다.

“오늘은 들어가세요.”

“도윤.”

“신 씨.”

나는 일부러 신 씨라고 불렀다.

신휘라고 부를 수 없었다.

아직은.

“문 잠그세요. 체인도 거세요.”

그녀는 나를 보았다.

“기특해?”

“그건 걸고 난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신 씨는 아주 작게 입술을 내밀었다.

“치사해.”

“안전입니다.”

“오늘 안전 많아.”

“오늘은 많아야 합니다.”

신 씨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한유경과 보안 인력이 그녀를 옆집 문 앞까지 데려갔다.

고작 몇 걸음 거리였다.

하지만 그 몇 걸음에도 사람이 붙었다.

나는 내 현관 앞에 서서 그걸 보았다.

신 씨는 자기 집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잠깐 나를 돌아봤다.

“도윤.”

“네.”

“괜찮아?”

나는 그 질문에 잠깐 멈췄다.

오늘 그 말을 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 것 같았는데.

“저는 괜찮습니다.”

“아니잖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신 씨는 아주 작게 말했다.

“미안.”

두 번째 사과였다.

이번에는 초코우유가 아니었다.

말이었다.

짧고, 작고, 어색한 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신 씨 잘못 아닙니다.”

“귀찮아졌잖아.”

“귀찮은 건 맞습니다.”

신 씨가 나를 봤다.

나는 이어 말했다.

“그런데 신 씨 잘못은 아닙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유경이 조용히 말했다.

“들어가세요.”

신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문이 닫혔다.

나는 내 집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보안 인력 한 명이 복도 끝에 섰다.

한유경은 내게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통화 기록과 메시지, 현관 상황은 내일 다시 정리해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쉬십시오.”

쉴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유경이 돌아섰다.

나는 내 집 문을 닫았다.

잠금장치.

체인.

찰칵.

찰칵.

두 소리가 연달아 났다.

집 안은 갑자기 조용했다.

먹다 만 라면은 식탁 위에서 완전히 불어 있었다.

신 씨가 가져온 초코우유 하나는 아직 냉기를 남기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라면값.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초코우유를 냉장고에 넣으려다 멈췄다.

그리고 그냥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마실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 벽 너머에서 아주 작게 소리가 났다.

톡.

휴대폰 알림이었다.

나는 화면을 봤다.

신 씨: 도윤.

나는 바로 답장했다.

나: 네.

잠시 후.

신 씨: 체인 걸었어.

나는 숨을 조금 내쉬었다.

나: 잘하셨습니다. 기특합니다.

답장은 바로 왔다.

신 씨: 응.

조금 뒤, 다시 메시지.

신 씨: 라면은?

나는 눈을 감았다.

정말.

정말 이 사람은.

나: 오늘은 폐점입니다.

신 씨: 끝까지 배신.

나: 안전입니다.

신 씨: 배신이 안전의 옷을 입었네.

나는 답장을 쓰려다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입력했다.

나: 그래도 오늘은 입고 주무세요.

잠시 뒤.

신 씨: 응.

그 한 글자를 보고 나서야, 내 손에서 조금 힘이 빠졌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문고리 소리가 남아 있었다.

철컥.

철컥.

철컥.

그리고 한유경의 목소리.

내일 오후에 안전가옥으로 이동합니다.

신 씨의 목소리.

갇히는 거잖아.

나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오늘 밤, 급식소는 피난처가 되지 못했다.

아니, 잠깐은 됐다.

라면을 먹고, 초코우유를 라면값으로 받고, 상자를 노리는 신 씨를 막고, 문단속을 가르치는 동안만큼은.

그 몇 분 동안은 분명히 피난처였다.

하지만 문밖의 남자는 그 피난처를 찾아왔다.

인터넷의 악의가 내 집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신 씨는 내일, 안전이라는 이름의 다른 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녀는 그걸 보호라고 부르지 않았다.

갇히는 거라고 불렀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마지막 메시지는 여전히 떠 있었다.

신 씨: 응.

짧고 작은 대답.

나는 그 한 글자를 보며 생각했다.

신 씨는 SHINHWI일 리 없다.

그 생각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그 생각이 진실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버티기 위해 붙잡고 있다는 걸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아직은.

신 씨라고 부르기로 했다.

적어도 내게 그녀는 라면을 먹고, 초코우유를 라면값으로 내고, 체인을 걸 줄 알게 된 옆집 여자다.

내일 오후, 그녀는 안전가옥으로 간다.

며칠 동안 내 옆집과 식탁을 가득 채웠던 비일상도, 일단은 거기서 멈출 것이다.

다시 돌아와 같은 식탁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부디 아무 소동도 벌이지 않고 얌전하게 안전가옥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것이 전부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