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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 아이돌님은 옆집에 살고 계셔 / Chapter 06

CHAPTER 06: 옆집 여자는 라면이 먼저다

회사 게시판의 목격담이 번지는 동안, 도윤은 신 씨의 정체보다 제대로 먹지 못했을 그녀와 기다리고 있을 라면을 먼저 걱정한다.

옆집 여자는 라면이 먼저다

사진은 흐렸다.

멀리서 찍은 사진이었다.

점심시간의 거리. 편의점 앞. 사람들 사이에 섞인 검은 정장 차림의 여자와, 그 옆에 선 남자.

여자는 큰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머리카락도 얼굴 옆으로 내려와 있었고, 고개도 살짝 숙인 상태였다. 제대로 보이는 건 체형과 분위기, 그리고 손에 든 초코우유 정도였다.

남자도 선명하게 나온 건 아니었다.

옆모습. 흐린 실루엣. 평범한 셔츠와 사원증 줄. 편의점 도시락 봉투를 든 손.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남자는 나였다.

그리고 그 여자는 신 씨였다.

“서도윤 씨.”

박 대리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괜찮아요?”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괜찮은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능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휴대폰 화면 안에서 사진은 계속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 아래 댓글은 계속 늘어났다. 초 단위로 새 댓글이 붙었고, 추천 수가 올라가고, 누군가는 다른 게시판으로 퍼갔다고 했다.

제목은 자극적이었다.

[목격] SHINHWI 맞죠? 점심시간에 일반인 남자랑 편의점 데이트 목격

하지만 댓글을 읽어보면,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 안 보여서 모르겠는데? 키랑 분위기는 비슷함 요즘 SHINHWI가 저렇게 지하철 타고 다닐 리가 있나 NOVA 근처긴 한데 저쪽 회사 많잖아 옆 남자 누구냐 남자는 걍 회사원 같은데 얼굴도 안 보이는데 뭔 특정이야 닮은 일반인일 가능성 높음

도윤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내 회사도, 내 집도, 내 신상도 나오지 않았다.

평범한 일반인인, 그리고 흐릿하게 잘 나오지 않은 사진으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가까운 지인 정도일 것이다.

그 점은 다행이었다.

다행이어야 했다.

그런데 손끝이 차가웠다.

사진 속 내가 나라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저기에 있었다는 것. 신 씨와 같이 있었다는 것.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골라주고, 초코우유를 식사가 아니라고 말하고, 선글라스를 왜 안 벗느냐고 물었다는 것.

내가 아는 현실이 갑자기 남의 입 안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숨을 삼켰다.

“서도윤 씨?”

박 대리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진도 흐리고, 옆집분 얼굴도 안 보이고요. 댓글도 그냥 추측뿐입니다.”

“네.”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멀었다.

“그리고 이런 사진으로 서도윤 씨를 알아볼 사람은 없어요.”

“네.”

“그러니까 일단 너무 당황하지 말고요.”

그 말에 나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너무 당황하지 말고.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팀장님은 회의실에 있었고, 다른 직원들은 각자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통화를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커피를 마셨고, 누군가는 엑셀을 스크롤하고 있었다.

평범한 오후였다.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오직 내 책상 위에서만 벌어졌다.

점심시간에 만난 옆집 여자가 인터넷에서 SHINHWI일지도 모른다는 말로 소비되고 있다.

신 씨는 SHINHWI일 리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사람들은 내가 부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신 씨가 SHINHWI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당연히 내가 누구인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비슷해 보인다는 말과, NOVA LINE MUSIC 근처라는 사실과, 검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라는 흔한 단서를 붙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미 조롱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활동 중단 중인데 남자 만날 정신은 있나 봄 그 스캔들 터지고도 또 남자? 레전드네 이미지랑 너무 잘 맞아서 웃김 다수 남자랑 그런 사진 영상 찍은만큼 역시 사생활 화려하네 팬들은 또 예술이라고 쉴드치겠지ㅋㅋ

나는 화면을 껐다.

너무 빨리 껐다.

박 대리가 내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농담하지 않았다.

그가 의자를 조금 가까이 밀었다.

“서도윤 씨.”

“네.”

“안 봐도 됩니다.”

“……네.”

“저런 거 오래 보면 사람 망가져요.”

그 말은 맞았다.

그런데도 나는 다시 화면을 켜고 싶었다.

댓글이 더 달렸을까. 신 씨가 더 선명한 사진으로 퍼졌을까. 누군가 정말로 SHINHWI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을까. 누군가 내 얼굴을 확대했을까. 누군가 나나 신 씨의 회사를 알아봤을까.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동시에 알고 싶지 않았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나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악의를 본 적이 있다.

SHINHWI 스캔들이 터진 뒤로는 특히 더 그랬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단어를 골라 붙였고, 가짜인지 조작인지 확인되지 않은 사진과 영상을 두고 이미 판결을 내렸다. 어떤 사람들은 법적 대응 공지를 보고도 비웃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이미지였으니까 어울린다”고 했다.

그때도 화가 났다.

정말 화가 났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화가 나기 전에, 먼저 무서웠다.

나는 물론이고 내가 아는 사람도 사진 속에 있었다.

내가 방금 전까지 같이 밥을 먹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편의점 도시락 뚜껑을 제대로 못 열었다. 메뉴가 너무 많다고 멈췄다. 초코우유가 식사가 아니라고 하자 조금 억울한 얼굴을 했다.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자기가 있는데도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아주 짧게 말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의 사람들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사진 속 흐릿한 실루엣을 보고, 단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더러운 이야기를 그 위에 덮었다.

나는 모니터를 봤다.

보고서가 열려 있었다.

셀 안에는 숫자가 있었다.

숫자는 얌전했다.

숫자는 사람을 조롱하지 않는다.

나는 커서를 움직였다.

하지만 손가락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박 대리가 말했다.

“일단 캡처해둘까요?”

나는 그를 봤다.

“네?”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게시글 내려가거나 수정될 수도 있고. 악성 댓글이 꽤 심하니까.”

나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립니다.”

“네.”

박 대리는 익숙하게 화면을 캡처했다. 주소를 복사하고, 시간도 기록했다. 그는 일할 때보다 더 정확해 보였다.

“대리님.”

“네.”

“왜 이렇게 침착하십니까?”

그가 조금 웃었다.

“저도 인터넷 오래 했거든요.”

“그게 이유입니까?”

“그리고 지금은 서도윤 씨가 안 침착하니까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박 대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옆집 분, 괜찮을까요?”

내가 하려던 생각이었다.

신 씨는 괜찮을까.

이 일을 알까.

알았다면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신 씨는 얼굴을 가렸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얼굴을 가린 거라고 했다.

사람들이 말한다고 했다.

내가 있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한다고 했다.

만약 그녀가 이 게시글을 봤다면.

만약 그녀가 저 댓글들을 봤다면.

사진 속 사람이 자기라는 걸 알아봤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신 씨가 아닌 SHINHWI라 하더라도.

그녀는 여자다.

저런 말들이 어떤 식으로 몸에 들러붙는지, 나는 온전히 알 수 없다. 그들은 댓글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사생활을 상상하고, 성적으로 조롱하고, 이미 유포된 악의와 연결해 낄낄거리는 말들이었다.

그 대상이 누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러운 것의 대상이 누가 되더라도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신 씨가 그 안에 끌려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속이 불편했다.

“연락해보는 것이 좋지 않아요?”

박 대리가 물었다.

나는 휴대폰을 봤다.

신 씨의 번호는 저장되어 있었다.

신 씨

라면 호출용으로 등록된 번호.

나는 엄지손가락을 화면 위에 올렸다가 멈췄다.

뭐라고 해야 하지.

게시글 봤습니까? 괜찮습니까?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사람들이 SHINHWI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저속한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혹시 상처받지 않았습니까?

어떤 말도 이상했다.

너무 무겁고, 너무 갑작스럽고, 너무 조심스러웠다.

불과 며칠 전에 알게 된 옆집 여자와 이런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가 맞는 걸까.

“모르겠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박 대리는 잠깐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죠.”

그때 팀장님이 회의실에서 나왔다.

“서 대리, 박 대리. 자료 준비됐어요?”

현실이 끼어들었다.

직장인의 현실.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네.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오후 세 시 전에 줘요.”

“네.”

팀장님은 다시 자기 자리로 갔다.

나는 모니터를 봤다.

엑셀.

보고서.

결재선.

이상하게 안도했다.

일은 때때로 피난처가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오히려 사람을 붙잡아준다.

나는 화면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일단 자료를 마저 정리하겠습니다.”

박 대리가 말했다.

“네. 제가 캡처한 건 따로 보내둘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너무 혼자 보지 말아요. 진짜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그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후 업무 사이사이, 나는 결국 게시글을 다시 확인했다.

새로고침.

댓글 증가.

새로고침.

다른 게시판으로 확산.

새로고침.

누군가 “SHINHWI인가?”라고 물었다.

누군가 “몰라”라고 답했다.

누군가 “맞든 아니든 웃기다”고도 답했다.

누군가 “지금 그게 중요한가?”고 되물었다.

누군가 정장 차림에도 드러나는 사진 속 여자의 몸매를 보고 지저분한 성희롱을 했다.

누군가 NOVA LINE MUSIC 근처라는 말을 반복했다.

누군가 남자를 확대해보려 했지만, 화질이 낮아 실패했다.

다행이었다.

나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신 씨도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괜찮다.

저들이 하는 말은 나와 신 씨를 알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런다고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괜찮아야 한다.

그런데 괜찮지 않았다.

저들은 모른다.

모르면서 말한다.

모르기 때문에 더 쉽게 말한다.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사실은, 조롱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상할 공간을 넓혔다. “맞으면 대박”이라는 말과 “아니면 말고”라는 말 사이에서, 한 사람의 얼굴과 몸과 이름은 아무렇게나 던져졌다.

나는 그게 싫었다.

분노가 천천히 올라왔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다음에는 당황했다.

그다음에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런데 댓글을 읽을수록 그 안도는 점점 부끄러워졌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했을 뿐이다.

SHINHWI가 다수의 남성들과 난교를 벌였다는 식으로 유포된 사진과 영상.

이미 소속사에서는 허위라고 밝힌 스캔들이었다. 물론 대중들은 어떤 조작 정황이 나오더라도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만.

그런데 오늘의 흐릿한 사진 하나가 그 더러운 이야기를 다시 끌어냈다.

활동 중단 중에도 남자 만난다. 역시 그 이미지답다.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어제 내가 신 씨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대에서 불을 썼다고, 누가 집에 불 질러도 되는 건 아니잖아.

신 씨가 대답했었다.

이미지를 판 거랑, 남이 만든 가짜를 뒤집어쓰는 건 다르잖아.

그 말은 지금 더 날카롭게 돌아왔다.

사진 속 사람이 SHINHWI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의 사람들은 SHINHWI라는 이름을 빌려 누군가를 더럽히고 있었다.

그리고 옆집의 분리수거도 잘못하고 초코우유를 좋아하는 신 씨가 그 안에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서도윤 씨.”

박 대리였다.

“네.”

“또 봤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만 봐요.”

“네.”

“진짜 그만.”

“네.”

나는 휴대폰을 엎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댓글이 떠올랐다.

남자. 스캔들. 역시. 그 이미지. 웃기다. 맞든 아니든.

그 말이 가장 끔찍했다.

맞든 아니든.

누군가에게는 그게 전부였다.

사실인지 아닌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상처받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말.

인터넷의 악의에 분노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사람에게 어떻게 닿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인터넷의 악의는 칼처럼 날카롭다기보다, 진흙처럼 달라붙는다.

뚜렷한 상처를 내지 않아도, 몸 전체를 더럽힌다.

그리고 씻어내려 해도 오래 남는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더 초조해졌다.

신 씨에게 연락해야 하나.

안 해야 하나.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걸 알려야 하나.

모른다면 모르는 편이 나을까.

하지만 모르는 채로 밖에 나가면 더 위험한 것 아닐까.

만약 다른 사람이 직접 알아보고 접근하면?

만약 사진을 찍은 사람이 계속 따라다닌다면?

신 씨는 SHINHWI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니, 걱정할 필요 없다니.

대상이 누구든, 이런 일을 당했다면 걱정하는 게 당연했다.

나는 화면을 켰다.

신 씨

저장된 이름을 봤다.

전화 버튼은 너무 무거워 보였다.

문자부터 보낼까.

나는 채팅창을 열었다.

입력창에 커서가 깜빡였다.

나는 썼다.

혹시 오늘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보셨습니까?

지웠다.

너무 직접적이다.

다시 썼다.

신 씨, 괜찮으십니까?

지웠다.

갑자기 왜 괜찮냐고 묻는가.

다시 썼다.

오늘 점심 때 혹시 누가 사진 찍은 것 같아서요.

지웠다.

이건 불안만 키운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걱정하는 것조차 못 하겠다.

나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 없는 일반인이었다.

팬 커뮤니티에서 악성 글을 신고한 적은 있다. 공식 입장문을 퍼나른 적도 있다. 허위 사실 반박 자료를 읽고, 댓글을 달고, 신고 링크를 눌렀다.

하지만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찍히고, 내가 아는 사람이 댓글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일은 처음이었다.

처음 겪는 일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나는 지금 바보였다.

그리고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화면에 뜬 이름은.

신 씨

나는 숨을 멈췄다.

먼저 연락이 왔다.

알고 있는 걸까.

게시글을 봤을까.

상처받았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나는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열었다.

그리고 화면을 보았다.

신 씨: 도윤.

나는 바로 답장했다.

나: 네. 신 씨, 혹시—

보내기 전에 새 메시지가 들어왔다.

신 씨: 배고파.

나는 손을 멈췄다.

잠시 후, 세 번째 메시지.

신 씨: 라면.

나는 한참 화면을 내려다봤다.

인터넷의 저속한 조롱. 흐릿한 사진. SHINHWI라는 이름을 씹어대는 댓글. 특정되지 않았다는 안도. 그래도 가시지 않는 불안. 신 씨가 상처받았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 모든 것들이, 세 글자 앞에서 잠깐 멈췄다.

라면.

나는 이마를 짚었다.

이 사람은.

진짜.

정말.

나는 천천히 답장을 썼다.

나: 지금 라면이 중요합니까?

곧 답장이 왔다.

신 씨: 응.

나는 다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상하게, 아주 이상하게 조금 숨이 쉬어졌다.

그녀가 괜찮은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게시글을 봤는지도 모른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 씨는 라면을 요구했다.

그건 그녀식의 신호일지도 몰랐다.

살아 있다.

배고프다.

라면.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놓칠 수 없는 신호.

나는 가방을 들었다.

박 대리가 나를 보았다.

“가요?”

“네.”

“옆집 분?”

나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면이랍니다.”

박 대리는 아주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모르시는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나는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알고 있는지, 모르는 건지, 강한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보려고요?”

“네.”

박 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가요. 그리고 게시글은 제가 계속 캡처해둘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메시지가 왔다.

신 씨: 계란도.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답장했다.

나: 네. 계란도 넣겠습니다.

바로 답이 왔다.

신 씨: 기특해.

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아주 작게 웃고 말았다.

상황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사진은 아직 인터넷에 있었다. 댓글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신 씨가 누구인지, SHINHWI인지 아닌지, 나는 여전히 몰랐다.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더러웠다.

그런데 퇴근길의 나는 편의점에서 라면과 계란을 사야 했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너무 작고, 우스운 일.

하지만 적어도 신 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대답할 수 있었다.

도윤. 배고파. 라면.

그리고 계속 날아오는 메시지.

이 사람은.

진짜.

나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봉지라면을 집었다.

계란도.

초코우유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하나 더 집었다.

계산대에 올리자 점원이 아무 말 없이 바코드를 찍었다.

삑.

삑.

삑.

현대 문명은 이런 순간에는 꽤 고맙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라면과 계란과 초코우유를 계산해준다.

나는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신 씨: 빨리.

나는 답장했다.

나: 갑니다.

그리고 걸음을 빨리했다.

인터넷의 사람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사진 속 여자가 누구인지. 사진 속 남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편의점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 여자가 점심을 제대로 먹었는지. 그 남자가 지금 라면과 계란을 들고 어디로 가는지.

몰라서 떠들고 있었다.

나는 몰라서 더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 씨는.

아마도 라면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