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 아이돌님은 옆집에 살고 계셔 / Chapter 01
CHAPTER 01: 옆집 여자는 분리수거를 모른다
활동 중단을 선언한 SHINHWI를 믿는 팬 도윤은, 분리수거도 오므라이스도 모르는 수상한 옆집 여자와 마주친다.
옆집 여자는 분리수거를 모른다
SHINHWI가 활동을 멈췄다.
정확히 말하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공지문은 짧았다.
건강상의 이유.
아티스트 보호.
허위 사실 및 불법 유포물에 대한 강경 대응.
향후 일정 잠정 중단.
소속사 입장문에서 자주 보던 문장들이었다. 익숙한 단어들이었고, 익숙한 형식이었고, 익숙할 만큼 건조했다.
하지만 그 정사각형 같은 문장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던 세계 하나가 갈 곳을 잃어버렸다.
그날 이후 내 퇴근길을 함께해 온 음악이 꺼져 버렸다.
이어폰에서는 분명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걷는 길, 사람들의 어깨에 부딪히며 개찰구를 지나고, 늘 그렇듯 운 좋게 발견한 빈자리를 어디선가 달려온 아주머니에게 선점당해 문 옆에 기대 서는 동안에도 음악은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그런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SHINHWI의 라이브 음원을 틀었을 것이다.
검은 무대.
붉은 조명.
낮게 깔리는 베이스.
그리고 마이크 스탠드 앞에서 관객을 내려다보는, 짧은 흑발의 여성 록 보컬.
SHINHWI.
그녀는 흔하고 평범한 아이돌이 아니었다.
귀엽게 웃고, 손하트를 만들고, 팬들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타입과는 애초에 장르가 달랐다.
SHINHWI의 웃음은 안심과 안전을 말하지 않는다. 그 미소는 오히려 경고에 가까웠다.
다가오면 다친다.
그런데도 오고 싶다면, 책임은 네 몫이다.
그런 식의 미소.
그녀의 무대에는 늘 지옥과 욕망이 있었다. 검은 레이스, 붉은 조명, 부서진 성당, 마리오넷의 붉은 실, 서큐버스처럼 관객을 홀리면서도 끝내 관객을 내려다보는 눈빛.
사람들은 SHINHWI를 퇴폐적이라고 불렀다.
퇴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단어 하나로는 부족했다. SHINHWI에게 퇴폐란 어울리는 단어지만, 충분한 단어는 아니었다.
SHINHWI의 퇴폐는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무너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퇴폐는 치밀하게 세워진 무대였고, 조명 아래에서 가장 정확한 각도로 빛나는 칼날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보일지 알고 있었다.
알면서 입었다.
알면서 노래했다.
알면서 관객을 보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그런 SHINHWI에게, 최악의 스캔들이 터졌다.
처음 올라온 건 사진 몇 장이었다.
개인 휴대폰으로 찍은 것처럼 흐릿했고, 초점은 흔들려 있었고, 조명은 지저분했다. 곧이어 짧은 영상들이 따라 올라왔다. 화면은 일부러 알아보기 힘들게 뭉개져 있었고, 소리는 끊겨 있었으며, 장면들은 맥락 없이 잘려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맥락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흐릿함을 오히려 증거처럼 소비했다.
SHINHWI로 추정되는 여성.
다수의 남성.
사생활 영상.
문란.
난교.
유출.
제목들은 더러웠다.
그 더러움이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누군가가 영상을 올리면, 누군가는 캡처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확대했고, 누군가는 비교했고, 누군가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 말이 제일 싫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왜?
SHINHWI가 검은 레이스를 입어서? 무대 위에서 유혹적인 노래를 불러서? 서큐버스 콘셉트로 관객을 홀리는 앨범을 냈기 때문에? 붉은 실에 묶인 마리오넷처럼 무대에 섰고, 지옥의 아이돌처럼 웃었기 때문에?
그러면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달고 저속한 사생활 영상을 유포해도 되는 건가.
그녀가 무대 위에서 지옥을 선택했으니, 남들이 그녀를 진창에 처박아도 된다는 뜻인가.
“아니잖아.”
나는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흘끗 나를 봤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피곤했고, 배고팠고, 세상은 평소처럼 불쾌했다.
휴대폰 화면에는 아직도 검색어가 떠 있었다.
SHINHWI 사생활 영상
SHINHWI 활동 중단
SHINHWI 원래 이미지
SHINHWI 남자들
SHINHWI 진짜였네
나는 검색창을 껐다.
손끝이 식어 있었다.
소속사는 조작이라고 일축했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팬덤은 반박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영상의 프레임이 이상하다, 얼굴 각도가 맞지 않는다, 몸의 라인이 다르다, 조명 반사가 어색하다, 음성이 합성된 것 같다.
그런 분석 글을 몇 개나 읽었다.
나도 신고했다. 반박 댓글도 달았다. 허위 유포 계정도 캡처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나까지 더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진짜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이 원하는 판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SHINHWI를 믿었다.
정확히는, 저런 식으로 소비되는 SHINHWI를 믿지 않았다.
SHINHWI가 과감한 사람이라는 건 안다. 그녀가 자기 몸과 이미지를 무대의 일부로 쓴다는 것도 안다. 팬인 내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자신을 저속하게 소비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과감하고 퇴폐적인 매력을 포인트로 삼는 사람이 자신을 저속하게 소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모순된 이야기 같기는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본 SHINHWI는 그랬다.
DOLLHOUSE THEATRE에서 그녀는 붉은 실에 결박된 인형처럼 보였지만, 노래가 끝날 때쯤에는 실을 쥔 사람이 누구인지 되묻게 만들었다. Velvet Inferno에서는 관객이 그녀의 매력을 소비한다고 믿게 했다가, 마지막에는 오히려 관객이 먹힌 쪽이라는 걸 보여줬다.
SHINHWI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겉으로는 전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사람은 결국 그녀였다.
그런 사람을, 누군가가 휴대폰 속 흐릿한 저속함으로 바꾸려 했다.
웃기지 마라.
SHINHWI는 화면 속에서 누군가에게 저속하게 지배당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저속함마저 자신이 지배해 무대 위의 신성함으로 바꿀 사람이다.
단순히 팬심이라고 불러도 좋다. 원래 팬이란 그런 존재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게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팬이니까.
SHINHWI의 유혹적으로 속삭이는 보컬 사이로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내릴 역을 놓칠 뻔했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 외곽의 조용한 낡은 아파트였다.
역에서 걸어서 15분.
큰 상권도 없고, 밤이 되면 편의점 불빛과 가로등만 드문드문 살아 있는 동네.
연예인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곳.
아주 평범하고, 조금 낡았고, 적당히 불편하고, 적당히 조용한 동네.
그러니까 이곳은 SHINHWI 같은 사람과는 절대 연이 없는 곳이다.
당연한 말이다.
SHINHWI는 무대 위의 현상에 가까웠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만 성립하는 사람. 카메라 앞에서만 완성되는 사람. 현실의 쓰레기봉투나 편의점 행사 상품이나 아파트 공용 현관 비밀번호 같은 것들과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사람.
그렇게 생각하며 아파트 앞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뭐야.”
분리수거장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며칠 전, 비어 있던 옆집에 누가 이사 왔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낮에는 조용했다. 밤에는 가끔 택배 상자가 옮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에는 아주 희미하게 음악 같은 것이 들릴 때도 있었다.
그 정도가 전부였다.
처음 보는 사람. 그러니까 며칠 전 이사 온 이웃이었다.
이웃 여자는 커다란 회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후드티는 체형을 거의 다 가릴 만큼 컸고, 아래로는 헐렁한 반바지가 겨우 보여 입고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발에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짧은 흑발은 대충 손으로 정리하다 만 것처럼 사방으로 조금씩 뻗쳐 있었다.
화장기는 거의 없었다.
피부는 희고 눈매는 차분했지만, 그 차분함은 무대 위의 냉기라기보다 방금 잠에서 덜 깬 사람의 멍함에 가까웠다.
예쁘긴 했다.
정확히 말하면, 눈에 띄는 얼굴이었다.
작고 창백한 얼굴. 조금 날카로운 눈. 무심한 입매. 묘하게 깔끔한 선.
하지만 그뿐이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쪽은 붉은 조명 아래에서 관객의 숨을 멎게 하는 타입이다. 사흘쯤 햇빛을 보지 않은 집순이 타입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그 집순이는 종이 상자 안에 플라스틱 용기와 캔, 비닐, 택배 송장, 심지어 국물이 남은 컵라면 용기까지 한꺼번에 넣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모른 척할까.
퇴근 후였다. 피곤했다. 배도 고팠다. 굳이 처음 보는 이웃에게 잔소리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컵라면 국물이 종이 상자 바닥으로 천천히 번져나가는 걸 본 순간, 내 안의 시민의식이 비명을 질렀다.
저건 안 된다.
저건 인간으로서 안 된다.
“저기요.”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응?”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내가 잠깐 굳었다.
처음 보는 이웃에게 보통 “응?”이라고 하나.
“그거 그렇게 버리시면 안 됩니다.”
그녀는 자기 손에 든 상자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다시 나를 봤다.
“왜?”
“왜냐니요. 이건 종이고, 이건 플라스틱이고, 이건 캔이고, 이건 음식물 묻은 쓰레기잖아요.”
“응, 다 쓰레기.”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런 식으로 인류 문명을 한 단어로 정의하지 마세요.”
그녀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정말로. 마치 내가 아주 어려운 철학 문제를 낸 것처럼.
“쓰레기는 인류 문명이야?”
“인류 문명에는 분리수거라는 다른 단어도 있습니다.”
“귀찮네, 인류 문명.”
진심이었다.
이 사람은 지금 진심으로 귀찮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인류 문명, 정확히는 분리수거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침착하자.
상대는 방금 이사 온 이웃이다. 쓰레기를 잘못 버렸을 뿐이다. 아직 범죄자가 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아무튼 다시 분리하셔야 합니다.”
“지금?”
“네.”
“꼭?”
“네.”
“안 하면?”
“관리인 아저씨가 화내실 겁니다.”
“무섭네.”
전혀 무서워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는 종이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컵라면 용기를 집어 들었다.
“이건?”
“씻어서 플라스틱이요.”
“안 씻으면?”
“일반쓰레기요.”
“그럼 일반쓰레기.”
“그렇게 바로 문명을 포기하지 마세요.”
“물 틀기 귀찮아.”
“집에서 여기까지 들고 내려오는 건 안 귀찮습니까?”
그녀는 멈칫했다.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마치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모순을 깨달은 사람처럼.
“그러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이 사람. 분명 쓰레기를 들고 내려온 것에 대한 귀찮음을 이제야 인지한 거다.
이대로 두면 내 옆집은 쓰레기장이 되고 말 거다.
“제가 알려드릴 테니까 이번만 제대로 해보세요.”
“너 친절하네.”
“친절하다기보다, 이걸 그냥 두고 보면 제가 잠을 못 잘 것 같아서요.”
“까다롭네.”
“상식적이라고 해주세요.”
“상식적인 사람은 피곤해 보여.”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이미 피곤했다.
그리고 지금 퇴근 후 분리수거장에서 처음 보는 옆집 여자의 쓰레기를 같이 분류하려고 한다.
내 인생은 언제부터 이렇게 이상하게 흘러갔을까.
아마 오늘 아침 팀장에게 보고서 수정 지시를 받았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아니, SHINHWI의 활동 중단 공지를 본 날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성인 인증까지 해 가며 SHINHWI 한정판 굿즈를 샀던 그날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멈추자.
지금은 컵라면 용기가 먼저다.
“택배 송장은 떼세요.”
“왜?”
“개인정보요.”
“개인정보는 어디 버려?”
“찢어서 일반쓰레기요.”
“인간은 귀찮은 정보를 너무 많이 남기네.”
“그건 맞습니다.”
“이건?”
그녀가 검은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들었다.
“기름 닦고 씻어서 플라스틱.”
“안 닦으면?”
“일반쓰레기요. 아니, 잠깐…….”
“그럼 일반쓰레기.”
“왜 자꾸 모든 길이 일반쓰레기로 향합니까?”
“쉽잖아.”
“쉬운 길은 대체로 관리인 아저씨의 분노로 이어집니다.”
“관리인 아저씨 강하네.”
“이 아파트에서는요.”
그녀는 작게 하품했다. 눈가에 물기가 조금 맺혔다.
“잠 와.”
“몇 시에 주무셨는데요?”
“오늘?”
“네.”
“안 잤는데.”
“……네?”
“작업하다가.”
나는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어쩐지 눈 밑이 피곤해 보였다. 단순히 게을러 보이는 게 아니라, 밤을 꼬박 샌 사람의 얼굴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웹툰 작가? 영상 편집자? 작곡가? 프리랜서 디자이너?
요즘은 밤낮이 바뀐 사람이 많으니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손가락이 길었다. 손톱은 짧게 정리되어 있었고, 손등에는 검은 펜 자국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후드티 소매 아래로 보이는 손목은 가늘었다.
어딘가 음악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요즘 내 머리가 전부 SHINHWI 쪽으로만 돌아가서 그렇다.
짧은 흑발에 창백한 피부라고 다 음악 하는 사람은 아니다. 게다가 SHINHWI님은 컵라면 용기를 모두 일반쓰레기 행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아마도.
“아무튼 다음부터는 이렇게 버리시면 됩니다.”
“응. 아마.”
“아마?”
“기억나면.”
“제발 기억해주세요.”
그녀는 종이 상자를 접으려다 멈췄다.
상자 옆면에는 아직 뜯지 않은 택배 송장이 붙어 있었다. 이름 부분은 검은 펜으로 대충 칠해져 있었지만, 성은 보였다.
받는 사람: 신○
신.
성이 신 씨인가.
아주 흔한 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이한 성도 아니다.
그러니까 특이할 것 없는 성이다.
“저기.”
그녀가 말했다.
“네?”
“상자, 단단해. 어떻게 접어?”
나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은 생활력이 낮은 정도가 아니다.
생활과 계약을 해지한 수준이다.
집에 돌아온 뒤, 나는 손을 씻고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꺼냈다.
저녁을 먹어야 했지만 입맛이 없었다.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모니터에는 아직 SHINHWI 관련 커뮤니티 창이 열려 있었다. 새 글이 쌓여 있었다. 제목을 보기도 전에 피곤해졌다.
[공지] NOVA LINE MUSIC, SHINHWI 관련 불법 유포물 강경 대응 예고
[분석] 유출 영상 조작 의심 지점 정리
[혐주의] 그 장면 진짜 맞는 듯
[잡담] 근데 SHINHWI 컨셉 생각하면 의외는 아니지 않음?
나는 마지막 제목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의외는 아니지 않음.
그 말은 너무 쉽게 사람을 죽인다.
나는 공지글부터 열었다.
소속사는 반복해서 말했다. 현재 유포 중인 사진과 영상은 사실이 아니며, 악의적 편집 및 기술적 조작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했고, 아티스트의 인격권과 명예를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해 선처 없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문장은 단단했다.
하지만 댓글창은 그 단단함을 비웃고 있었다.
법적 대응 특: 진짜임. 사실적시 명예훼손
진짜 아니면 원본 까면 되잖아
더 심한 것도 하고 있을 거면서 저 정도에 고소? 웃기네
사실 여부를 떠나 원래 그런 이미지였으면 감수해야지
나는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을 줬다.
“감수해야지?”
작게 중얼거렸다.
무엇을?
자기 무대에서 자기 이미지를 연출한 대가로, 누군가가 만든 저속한 가짜, 적어도 내가 가짜라 믿는 사생활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건가.
그녀가 노래한 지옥은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가 입은 검은 레이스는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녀가 관객을 유혹하고, 조롱하고, 압도하는 방식은 그녀가 만든 세계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차이를 일부러 지웠다.
아니, 관심도 없었다.
그래야 재밌으니까. 그래야 즐거우니까.
나는 그게 싫었다.
아니, 싫다는 말로 부족했다.
화가 났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다.
신고. 반박. 자료 정리. 추천. 비추천. 그리고 다시 신고. 그리고 다시 현타.
……팬이란 대체 뭘까.
화면 너머의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이 실제로 상처받고 있을 때 이렇게 작은 버튼들만 누르는 일인가.
나는 커뮤니티 창을 닫고, 습관처럼 영상 폴더를 열었다.
SHINHWI 라이브 클립.
가장 먼저 손이 간 건 Velvet Inferno 활동 당시의 무대였다.
검은 화면. 낮게 울리는 베이스. 붉은 조명이 피처럼 번지고, 관객의 함성이 멀리서 밀려왔다.
그리고 SHINHWI가 등장했다.
짧은 흑발은 정교하게 흐트러져 있었고, 창백한 얼굴은 조명 아래 거의 비현실적으로 빛났다. 검은 의상은 과감했다. 하지만 천박하지 않았다.
그건 벗기 위한 옷이 아니었다.
지배하기 위한 옷이었다.
마이크 스탠드를 쥔 손,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 숨을 들이마시는 타이밍.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기 몸을 무대의 일부로 만들었고, 무대는 다시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관객은 그녀를 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녀가 관객을 보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그 점이 좋았다.
“이걸 어떻게 그런 싸구려 영상이랑 같은 걸로 보냐고.”
나는 모니터를 향해 중얼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쿵.
옆집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이어폰을 뺐다.
잠깐 조용했다.
그리고 곧이어 아주 작지만 선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
그 한 음절에는 당황이 거의 없었다.
무언가 큰일이 났을 때 사람이 내는 비명이 아니라, 세계가 멸망해도 귀찮다는 듯한 “아”였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무시할까.
이웃 간에는 거리감이 필요하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너무 깊이 관여하는 건 좋지 않다. 특히 그 사람이 컵라면 용기를 일반쓰레기로 보내려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곧이어.
드르륵.
쿵.
바스락.
그리고.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화재경보기였다.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 뭐 하는 사람이야?!”
현관으로 뛰쳐나가 옆집 문 앞에 섰다. 문틈으로 희미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반응이 없었다.
다시 눌렀다.
딩동딩동딩동.
안쪽에서 느릿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아까 만난 그 여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커다란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반바지는 티셔츠 아래에 거의 가려져 있었고, 한쪽 발에는 슬리퍼, 다른 쪽 발에는 양말만 신은 기묘한 차림이었다.
머리는 더 헝클어져 있었고, 뺨에는 검은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손에는 새까맣게 탄 프라이팬이 들려 있었다.
나는 그 프라이팬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괜찮으세요?”
그녀는 잠깐 생각했다.
“살아 있어.”
“그건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비슷한 거.”
“안 비슷합니다!”
집 안에서 경보기 소리가 계속 울렸다. 생각보다 연기는 심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고 있었다.
나는 바로 말했다.
“창문 여세요. 환기부터 해야 합니다. 경보기 끄는 법은 아세요?”
“몰라.”
“가스 밸브는 잠그셨어요?”
“그게 뭐야?”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대체 이 사람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 걸까.
아니, 어떻게 살아 있었을까.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은 사건 현장이었다.
싱크대에는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었고, 도마 위에는 반쯤 잘린 양파가 처참하게 누워 있었다. 냄비 하나는 거품을 토하다 굳은 것처럼 보였고, 프라이팬 안에는 음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덩어리가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 경보기를 끄고, 가스 밸브를 잠갔다.
그녀는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얌전히 보고 있었다.
마치 처음 가전제품 사용 설명 영상을 보는 사람처럼.
“뭘 만들려고 하신 겁니까?”
“오므라이스.”
나는 프라이팬 안을 보았다.
“저게요?”
“처음엔.”
묘하게 철학적인 대답이었다.
“왜 갑자기 오므라이스를 만드셨어요?”
그녀는 아주 약간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자립.”
“실패하셨네요.”
“응.”
인정이 빨랐다.
빠르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나는 싱크대에 프라이팬을 내려놓고 물을 틀었다. 탄 냄새가 올라왔다. 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평소에 밥은 어떻게 드세요?”
“배달.”
“그럼 오늘도 배달시키시지 왜요?”
“앱 비밀번호 까먹었어.”
“비밀번호 찾기 하면 되잖아요.”
“귀찮아.”
나는 이마를 짚었다.
이 사람의 모든 길은 귀찮음으로 통한다.
삶의 철학이 아니라 물류망 수준이다.
“혹시 라면은 끓일 줄 아세요?”
그녀가 나를 보았다.
“물 넣고 불에 올리면 되는 거 아냐?”
불.
지금 이 여자는 불을 다루다가 자립에 실패했다.
“못 끓이시는군요.”
“비슷한 거.”
“이제 그 말이 무섭습니다.”
그녀는 대답 대신 거실로 걸어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초코우유 팩이 두 개, 과자 봉지 하나, 미지근해 보이는 캔음료 하나가 있었다.
그녀는 캔음료를 집어 한 모금 마시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맛없어.”
“언제 딴 건데요?”
“이사 온 날?”
“버리세요.”
“아깝잖아.”
SHINHWI 생각에 빠져 이 사람을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의심했던 내 사고 회로의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
애초에 SHINHWI와 이런 사람을 연관시키다니. 그런 가능성은 없었다.
SHINHWI가 이런 곳에 상상이라도, 사고 회로의 끝자락이라도 있을 리 없다.
SHINHWI는 붉은 조명이 은은하게 깔린 고급 펜트하우스에서 검은 와인을 마실 것 같은 사람이다. 아니, 와인이 너무 평범하다면 인간의 욕망을 증류한 무언가를 마실 것 같은 사람이다.
적어도 며칠 전 딴 미지근한 캔음료를 아깝다는 이유로 마시지는 않을 것이다.
“왜 그렇게 봐?”
그녀가 물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작업하시는 분인가 해서요.”
나는 거실 한쪽 책상 위를 보았다.
노트북 화면이 켜져 있었다.
음악 편집 프로그램처럼 보였다. 파형들이 여러 줄로 늘어서 있었고, 폴더와 파일명이 어지럽게 떠 있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인 건 맞는 건가?
vocal_take_07
stage_note
guitar_ref_cut
PLD_inst
나는 눈을 깜빡였다.
PLD.
Pretty Little Disaster?
SHINHWI의 대표곡?
아니다.
요즘 내가 SHINHWI 영상만 봐서 아무 약자나 다 그쪽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PLD라는 약자가 세상에 그 곡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Perfect Launch Destroyer일 수도 있다. 지금은 Launch가 아니라 Dinner 시간이다만.
“음악하세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초코우유 빨대를 입에 문 채 대답했다.
“비슷한 거.”
또 비슷한 거.
“작곡가?”
“비슷한 거.”
“영상 편집?”
“비슷한 거.”
“그럼 정확히 뭐 하시는 건데요?”
그녀는 잠깐 생각했다.
“귀찮은 거.”
나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정확한 직업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사람은 귀찮음의 전문가다.
그때 그녀가 문득 말했다.
“아까.”
“네?”
“벽 너머에서 들렸어.”
“뭐가요?”
“타락한 여신 어쩌고.”
내 몸이 굳었다.
아.
아까 방에서 혼자 SHINHWI 영상을 보며 중얼거린 말.
설마 들렸나.
벽이 이렇게 얇았나.
나는 순식간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건……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얘기입니다.”
“아티스트.”
“네. SHINHWI라고.”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그녀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정말 아주 잠깐.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내 안의 스위치가 켜졌기 때문이다.
“아마 모르실 수도 있는데, 진짜 대단한 분입니다. 그냥 섹시하다, 퇴폐적이다, 이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물론 무대 이미지는 강합니다. 성인 지향이고, 도발적이고, 위험해 보이죠.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모든 걸 본인이 통제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녀는 소파에 기대앉아 나를 보았다.
초코우유 빨대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통제?”
“네. 사람들이 지금 스캔들 가지고 떠드는 것도 그래서 더 화가 나는 겁니다. SHINHWI님이 퇴폐적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본인이 선택한 무대 위의 퇴폐미지, 남들이 멋대로 갖다 붙이는 싸구려 문란함이 아니라고요.”
말이 길어졌다.
안다.
하지만 멈추기 어려웠다.
요 며칠 동안 쌓인 말이 너무 많았다.
나는 탄 프라이팬 앞에서, 처음 보는 옆집 여자에게, SHINHWI에 대한 변론을 하고 있었다.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내 인생에서 정상적인 부분이 얼마나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이제 와서 큰 문제도 아니었다.
“특히 Velvet Inferno 때는 정말…… 보는 사람이 착각하게 만들었어요. 자기가 SHINHWI를 소비한다고. 그런데 무대가 끝나면 오히려 반대였다는 걸 알게 되죠. 잡아먹히는 쪽은 관객이에요. SHINHWI님은 그런 사람이에요. 보여지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사람.”
“잡아먹어?”
그녀가 물었다.
“비유입니다. 진짜로 잡아먹는다는 뜻이 아니라.”
“아쉽네.”
“네?”
“아니야.”
그녀는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처음 보는 이웃이다. 나보다 많이 어려 보이는 여성이다. 방금 오므라이스를 탄소 덩어리로 만든 사람이다. 초코우유를 들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 앞에서 SHINHWI의 퇴폐미와 이미지 주권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사회적 죽음까지는 아니지만, 꽤 중상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팬이라서 좀.”
“아니.”
그녀는 묘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가 있었다.
“계속해도 돼.”
“네?”
“재밌어.”
그 눈빛이, 아주 잠깐, 화면 속 SHINHWI와 겹쳐 보였다.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곧 스스로 부정했다.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저 사람이 SHINHWI일 리 없다.
왜냐하면 SHINHWI님이라면 자기 몸과 무대에 대한 팬의 장황한 찬사를 듣고 저렇게 태연하게 과자 봉지를 털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바스락.
그녀가 봉지를 기울여 과자 부스러기를 입에 넣었다.
절대 아니다.
짧은 흑발의 젊은 여성만 보면 SHINHWI를 떠올리다니.
중증이다.
“그런데 그 사람.”
그녀가 말했다.
“네?”
“그렇게 완벽하면 피곤하겠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SHINHWI는 완벽하니까 SHINHWI라고 생각했다. 피곤함마저 무대의 일부로 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실제로 피곤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상하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팬이란 가끔 이렇게 이기적이다.
“그럴지도요.”
나는 천천히 말했다.
“그래도…… 그분은 그 피로마저 노래로 만들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겁네.”
“네?”
“팬심.”
그녀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무거워.”
“그 정도로 대단한 분이니까요.”
“가까우면? 그 사람.”
나는 웃었다.
“그럴 리가 없죠.”
“왜?”
“SHINHWI님이 이런 곳에 가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나는 가까이 있는데.”
“당신은 이웃이니 가까이 있죠. 죄송하지만…….”
나는 무심코 그녀를 위아래로 보았다.
헐렁한 티셔츠. 짝짝이 양말. 그을음 묻은 볼. 초코우유. 과자 봉지. 부엌의 참사.
“SHINHWI님과 당신도 가까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는 잠깐 침묵했다.
내가 그녀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상처.”
“아,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
그녀는 과자를 하나 더 집었다.
“맞는 말이라 더.”
나는 점점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어졌다.
그때 그녀가 물었다.
“이름이 뭐야?”
“서도윤입니다.”
“도윤.”
그녀는 내 이름을 한 번 따라 말했다.
낮고, 무심하고, 조금 피곤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선명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았다.
라이브 영상에서.
인터뷰에서.
아니,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저는 뭐라고 부르면 됩니까?”
그녀는 잠깐 말을 멈췄다.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리고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냥 신.”
“신이요?”
“응.”
“성이 신 씨라는 뜻입니까?”
“비슷한 거.”
“그 말은 정말 만능이군요.”
“응.”
인정했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신 씨.
성인지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씨라고 존칭을 붙여 부르는 것은 사회인이라면 평범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신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새까맣게 탄 프라이팬을 들어 내게 내밀었다.
“이거 살릴 수 있어?”
나는 프라이팬 안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덩어리가 있었다.
탄 음식이라기보다 작은 운석 같았다.
“장례를 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배고픈데.”
“배달시키세요.”
“비밀번호 까먹었다니까.”
“찾으세요.”
“귀찮아.”
나는 눈을 감았다.
이 사람의 생존 방식은 심각하다.
“라면은 있습니까?”
“아마.”
“아마가 제일 무섭습니다.”
“어딘가 있어.”
“제가 찾아봐도 됩니까?”
“응.”
그렇게 나는 옆집의 이상한 여자에게 라면을 끓여주게 되었다.
내 최애가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 사흘째 되는 밤.
나는 SHINHWI를 닮았지만 절대 SHINHWI일 리 없는, 생활력 제로의 수상한 옆집 여자와 탄 냄새 가득한 부엌에 서 있었다.
그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가 방금 누구 앞에서 SHINHWI의 무대와 몸과 이미지에 대해 거의 신앙고백에 가까운 말을 늘어놓았는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녀가 그 모든 말을, 생각보다 꽤 즐겁게 듣고 있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냄비에 물을 올리자 신 씨가 식탁에 엎드렸다.
“도윤.”
“네?”
“다 되면 깨워.”
“자면 안 되죠. 지금 신 씨 집 주방입니다.”
“내 집인데? 그럼 도윤 집에서 자도 돼?”
“왜 결론이 그렇게 되는데요?”
신 씨는 대답 대신 하품을 했다.
그 모습은 도저히 지옥의 서큐버스 아이돌 같지 않았다. 타락한 여신은커녕, 그냥 생활력이 멸망한 집순이였다. 자꾸 SHINHWI님을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연관시키는 내 사고 회로가 잘못이다.
나는 라면 봉지를 뜯으며 생각했다.
만약 SHINHWI님이 현실에서 이런 식으로 산다면, 그건 세계관 붕괴다.
그리고 나는 아직 몰랐다.
세계관이란, 생각보다 쉽게 붕괴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토록 숭배하던 타락한 여신님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오므라이스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내 앞에서 졸고 있다는 것을.